글쎄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왜냐면, '좋아한다'는 개념에 무게 차이를 두면 꽤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언급하신 예시 중 열정, 존중 등의 키워드는 상대방의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은 매력으로 느껴지긴 어려울 것 같거든요. 대체적으로 '무관심'의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고 미팅이 많은 직군인데, 시시때때로 연락하지 못 하는 걸로 보채지 않아서 좋아.', '취미 생활 때문에 자주 멀리 다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데, 별 다른 태클이 없어서 좋아.' 등등. 위 예시를 바탕으로 본문에서 남자가 '귀찮다'라는 개념에 따라, 그 무게가 꽤 달라지거든요.
남여가 서로 비슷한 성향이고 합의 하에 '개인 시간을 존중하자'고 하지 않은 이상, 저에게 있어서 '상대가 귀찮다'는 말의 의미는, '없어도 되는 존재'일 뿐입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내용들과 더불어서 본문의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의 의미는, 좋게 해석하면, '내 개인 시간을 존중해줘서 좋아', 나쁘게 해석하면, '필요할 때만 만나서 좋아' 정도로 해석됩니다. 필요할 때 라는 말도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수백수천가지인데, 굳이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라는 말은 '착하게 생겼네..^^' 정도 밖에 안 되는 말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좋아' vs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좋아'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필요해' vs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너를 사랑해'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전자는 '내'가 주체가 되어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반면, 후자는 '너'를 주체로 하여금 수동적인 사랑을 하는 겁니다. 큰 의미로 봤을 때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전자는 '성숙한 사랑', 후자는 '미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상대방을 왜 사랑하는지, 왜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면, 그 사랑은 사랑을 위한 사랑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저라면, 상대 남자가 말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는 의미는, '내가 필요로 할 때에만 네가 있어주니 참 좋다.', '내가 너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네가 없어도 돼.' 정도로 해석할 것 같습니다. 작성자가 상대 남자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이 작성자를 큰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세요.
선택장애 또는 결정장애는 본인의 선택/결정에 대한 비난과 따라올 책임감에 부담을 느껴서 그래요. 제가 보기엔 작성자도 남자친구와 똑같아요.
나 "보고싶다 ㅠㅠ" > 주제 제시 남친 "지금 보러갈까?" (저희는 편도 3시간 정도 장거리입니다.) >> 의견 제시 나 "헉 정말 ? 근데 안 피곤하겠어? 안 귀찮아?" > 걱정 남친 "귀찮을게 뭐있어. 보러가도 돼?" >> 안 귀찮음. 결정은 아니지만 의견 제시 나 "되긴 하는데.. 너 힘들 것 같아. 너무 멀잖아. 내가 갈께!" > 남친이 걱정x2되므로, 직접 간다. 남친 "아니야, 그냥 내가 갈게. 가도 돼?" >> 여친이 걱정x3되므로, 내가 간다(의견 제시) 나 "힘들 것 같은데ㅜㅜ" > 걱정x4 ... (오든지/말든지 결정 안 함)
남친은 여친 걱정, 여친은 남친 걱정만 하고 있네요.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작성자가 가겠다고 하자, 남자는 본인이 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뒤에 '가도 돼?'가 딸려와서 결정장애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그 뒤의 '힘들 것 같은데ㅜㅜ... (뒤에 아무 것도 없음)' 이 더 결정장애 같습니다. 남자가 여자가 오겠다고 한 것을 거절하고 내가 가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 것 같다'는 말로 끝맺음을 한 이상,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 보고 싶다고? > 2. 아냐. 안 피곤해 > 3. 아냐. 내가 갈게 >> 이렇게 3단계에 걸쳤는데 '힘들 것 같은데..'는 더 이상 걱정이 아니게 되는거죠.
저 대화에서 남자가 작성자가 보기 싫은데 억지로 편도 3시간 거리를 가겠다고 한 걸까요? 결국 서로 보고 싶어하는 건데, 누가 결정하면 어떻습니까.. 주변의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 보면 아시겠지만, 그거 쉽게 못 고칩니다. 그나마 작성자가 더 선택을 잘 한다면, 그냥 몇 번 시도해보고 결정하세요.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 맞춰갈 수 밖에 없지만, 강요하지 마세요. 연애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때 가장 온전한 사랑입니다. 상대를 바꾸려하는 순간부터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만 봐도,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기지도 않았고, 만들려고 노력하지도 않으셨네요. 이성을 만날 수 없었던 게 당연하죠. 현재 외롭고, 이성을 만날 마음이 있으시다면, 모쏠이니 어쩌니 자기비하하면서 자기 가치를 낮추지 마시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보세요. '난 지금까지 만날 생각이 없었던 것 뿐이지, 이제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만남을 가져보자!' 라는 정도의 마인드만 있어도 이성을 만날 기회를 충분히 만드실 수 있을거예요.
남자 이미지를 망치기에는 이별 사유가 약해요. 요즘 대학이 어떤지는 몰라도, 저런 소문 나봐야 잠깐 반짝했다가 말아요. 그럼 작성자만 더 허무하고 화가 날걸요? '저 새x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는데, 왜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요. 복수 성공해도 공허함만 남을 뿐이에요. 그냥 잊고 본인 인생에 집중하시는 게 이로워보입니다.
제가 성인돼서 군대 전역할 즈음 이혼하신 엄마가 했던 말, "어린 너희들 때문에 이혼할 수 없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개소리예요. 어릴 때부터 술 취해서 부부싸움하다가 칼 들고 다 죽자고 덤비는 씨x새끼 때문에 온 가족이 공포에 떨면서 살았는데, 우리 때문에 이혼을 못 했다? 전 덕분에 불안 장애+대인기피증+사람을 못 믿게 되었어요 ^^ 이혼할 때 애들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세요. 애들 핑계대봤자, 본인들 자기합리화 밖에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