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라님, 저도 부부생활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어 가끔 이 게시판 들어외봐요. 그런데 어쩜…저와 스카라라님과의 부부생활이 자로잰 듯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수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전 이전 글에서는 글의 논점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아 기타 세부적인 것은 적지 않았어요. (설거지 방식으로 촉발된 싸움이기에 딱 그것에 해당한 인과관계와 사실만 적으려 노력함)
저도 한 10년간 엄청 많이 싸웠었죠. 저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실망하고 바닥을 찍었다가 더이상의 바닥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보고는 있는 중입니다.
제가 보는 제 남편은 그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며, 자신의 안위를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더라는 것. 한 단어로 줄이자면 이기주의자. 대신 외부에서는 제법 상식적이고 적당한 이타심도 있어요. 항상 밖에선 평이 좋더군요. 외모도 호감을 사는데 한몫 하는 편이고요..
반대로 남편이 보는 저는 타인에게 깨나 무심하고 개인적인(이기주의가 아닌) 성향이라 신기하다고 합니다. 편하기도 한데 때로는 섭섭하기도 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 그냥 원래 세상이 동전의 양면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내가 싫은 것=타인도 싫은 것] 이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어 그냥 한발짝 물러서서 볼 뿐이에요.
근데 이게 저희 부부에겐 큰 독이 되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의사대로, 모든 것을 용인받고 지내오던 남편이(오냐오냐 까진 아니어도 시어머니께서 어느정도는 풍요로운 지원을 다 해주신 듯 하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런 것을 다잡아 줄 어른이 없었음. 시댁이 남자는 남자 아이가 하는 분위기임) 아주아주 나이어린 아내가 순종적이진 않아도 딱히 터치가 없으니 외박과 잦은 술자리를 거리낌없이 하기 시작했죠.
전 터치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나도 놀땐 놀고 싶으니까] 였어요.
근데 외박과 술도 하루이틀이지, 아무리 아기가 없다지만 주 2~3회 술자리, 분기에 1~2회씩 외박(자기 차에서 노숙한것, 새벽 3~4시 귀가 다 외박으로 칩니다. 제가 그렇게 안들어오면 당연 용납 안할 남편이잖아요. 실제로 그랬고) 이런걸 5년 넘게 보면 저도 빡 돌지 않겠어요?
조곤 조곤 이야기해도, 싸워도, 논리적으로 해도 안고쳐지고 시어머니 카드까지 들어도 안되요. 시어머니는 애기 태어나면 다를거라고 믿던데 전혀 아닙니다. 그때도 똑같아요. 물론 2020년 이후로는 횟수는 아주아주아주 줄었죠. 코로나 덕분에.
심지어 집안일에 대한 분담은 전혀 없습니다. 시켜도 하지 않고 부탁해도 하지 않아요. 10번 중 1번쯤 해요.
전 이사람이 왜 가정을 이뤘는지.. 굳이 저랑 연애를 시작하면서 결혼을 하려 했는지 모르겠어요.
여기까진 남편의 [문제] 이구요.
여기부턴 제 [문제]에요.
여러 갈등이 점점 심해지니 저도 아예 남편을 무시하기 시작하고, 연장자인 남편이 어른스럽지 못한 부분에 계속 실망이 쌓여가서 저도 저만 바라보기로 했어요. 남편이 늘 강조하는 주부의 본분인 밥 차리기를 소홀하게 하죠. (이 대목도 섭섭하지만 일단 넘어갈래요) 아이가 태어나서도 전 제 일을 하겠다고 조금 무리해서 회사 복직을 했다가 여러 문제로 퇴직(당) 하고요, 조금 쉬다가 남편돈 끌어와서 창업해서 아직까진 금전적으론 큰 성과는 없습니다. 표면적으론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라라님처럼 남편이 제가 하는 일을 못하게 막지는 않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하는 중이고,, 저도 남편이 저를 사랑한다거나 가족으로 끔찍히 아낀다고는 생각하진 않고요, 말씀하신것처럼 고지식한 사람이니 외도나 이상한 짓으로 가정을 망치지는 않을 듯한 최소한의 믿음만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저보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아낀다고 비꼬는데요, 아니 애기가 있는데 그냥 막 이혼합니까. 폭력이나 외도 등 심각한 문제가 당장 아닌데…
스토어 판매는 아닙니다. 전문 교육 등 지식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제 제품을 브랜드화해서 수출하고 B2B로 ODM 전문을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단 현재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기에 단적으로 인플루언서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그쯤 되시니 마케팅이 수월하시더라구요.
현재는 근무는 6일을 다 채우진 않고 있어요. 매출 증대를 위해 풀로 달리지도 않고,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집에 일찍 마감하고 오는 일이 잦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여기도 저기도 어느곳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도 늘어지고 늘 제자리걸음이고.
이대로 있는다면 발전하지 못해요. 그냥 취미생활하는데 돈이 나오네? 수준을 만족한다면 좋겠지만 저는 사회적기업이나 법인화가 목표인데..
돈이 가정 평화에 큰 몫을 하긴 하죠. 옳으신 말씀입니다. 다만 제 변호 하나만 해 보자면, 현재 저희집 투자 상황은 제 동의는 없이 남편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일들이라는 겁니다. 뭐 도시락 싸들고 말린거 아니면 암묵적으로 동의한거다, 너도 잠시 장미빛을 꿈꿨을거다 라고 누군가 그러긴 했는데요..(제가 만난 이혼변호사가 그러더군요) 그 말에 일부 10~20% 동의는 하지만, 일단 제가 투자에 대해서 매수보류 의견을 보내면 돌아오는 남편 의견은 [니가 뭘 안다고 그러냐, 투자에 대해서 알지도 못 하면서 오빠가 알아서 다 한다] [꿈이 작아서 될 것도 안 되겠네] 이런 식이었어요. 최근 몇년 새 분위기가 안 좋으니 손절, 급매 처리 등을 계속 권유했으나 다 거부 또는 무시당했고요. 제 의견은 전혀 고려하거나 제대로 듣지 않습니다. 꼭 투자 건이 아니더라도 부부 공동으로 논의할 사항들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처리하고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애쓰신 남편이심을 알아도 제가 온전히 그분에게 다 맞춰주고 하고 싶을까요. 저도 이제는 그냥 말 안하고 저 혼자 처리하는 일이 많은걸요.
남편은 제가 너무 무심해서 집안 돌아가는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하니 경제 상황을 안 알려준거라고 하는데 저는 물어보면 화내는 모습도 무섭고 싸움이 되는 것도 싫고 또 어디서 폭탄이 나올까 싶어 덮어두는 것입니다.
(남편 표현에 의하면, 제가 굉장히 개인주의자라고 합니다. 마치 외국인들처럼 너는 너 나는 나 라고 하는 것 같다네요. 저는 그냥 내가 싫으면 남도 싫겠지 라는 기준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것 뿐입니다. )
아 그리고 선생님께서 포인트 한부분을 잘 보신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투자, 부통산, 조기은퇴, 경제적자유를 주제로 한 유튜브, 글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마음같아서는 제 분야의 성공한 사업 선배님들처럼 제가 잘 되어서, 원하는 투자 하거나 해볼 수 있도록 여윳돈을 주거나 하고 싶었죠. (나름은 대학 전공과 연계된 전문 분야입니다)
저는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아직 일군 것이 없기 때문에 저도 이것을 남편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그래, 내 남편이 사업해보겠다고 하는데 뭔가 아무 성과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 하는거같지도 않아보이고 하면 답답하기는 할거야] 라고 객관적으로 보려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이도 온전히 챙기고, 집안 단도리도 하고, 그러면서 매출은 월 1천이 되도록 해야하고 이게 가능은 할까요. 저도 답답하고 힘든 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플루언서급이라 SNS로 빵빵 터져서 흔히 말하는 공구로 건별건별 버는데(이분들도 그 까지 올라가기 엄청 힘드셨겠죠 당연히!) 저도 제 양가감정이 자꾸 생깁니다.
남편의 권위 세워주고싶으나 제가 요즘 감정이 바닥에 가있으니 그게 쉽지 않아요. 사실 정답은 알아요. 우쭈쭈 해주면 되는 것..
아래는 제가 남편에게 들은 말입니다. 사나이의 농담과 진담을 분류하고 속내를 맞히시오. (5점)
1. 맞벌이를 하길 바란 적 없다. 지금도 그만 둬도 된다. 2. 아이 세돌까지 육아를 헸으면 좋겠다. 3. (짧은 육아휴직 후 이른 복직 한 때) 고생스럽겠지만 어쩔 수 있나. 복직 축하한다. 우리 잘 해보자. 4. (결국 회사 퇴직하게 된 때) 토익 공부도 하고 니 미래도 준비해야지 5. 너는 역시 집에만 있으면 안 되는 스타일이야. 일을 해야 하나봐. 6. 대표이사님! 7. (임신 준비 중 백조로 놀 때) 니 인생은 길어. 뭘 할지 고민하고 생각해봐. 준비를 해야지 8. 편하게 쉬어 놀아! 9. (둘이 감정싸움할 때 이런식으로 분담이 안 되면 그냥 맞벌이 안 하고 쉬겠다고 하지) 야, 때쳐쳐 그럼 나도 하나도 안 아쉽거든? 10. (직장인 최저시급 이하 매출 기록중) 우리가 맞벌이라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음 저도 소통과 타협이 안 되는게 제일 힘들어요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남편도 부부상담 먼저 이야기 꺼낸 적이 있고, 저는 혼자 먼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진척은 늘 되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는 제 얼굴에 침뱉기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제 변호를 좀 해보자면,
제가 집안일을 하거나 식재료를 사거나 등등에서 남편이 마음에 안 드는 요소가 있을 때, 그게 만약 남편이 트리거를 건드린 상황이 되었다면, 제가 왜 이렇게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는 것들에 대한 정상참작과 사건경위 이런 것을 설명할 틈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하죠. 당신이 옳다.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 이후엔 또 제가 하고싶은 대로 하면 되죠. 왜냐, 트리거가 다시 들어갔거든요. 이 트리거는 마치 마트 포인트와 같아서, 한번 사용되고 나면 다시 일정 포인트 10,000이 되기까지는 쿨타임? 같은게 있어요. 뭐 이렇게 요령껏 살면 되긴 합니다.
그렇지만 제 성격이 또 이렇게는 살기 싫은가보더라고요. 저도 남편을 고쳐놓고, 저도 제 방식이 어느정도는 옳다, 이 부분은 내가 양보할테니 당신도 이 부분은 나에게 타협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대화를 원하죠. 이게 또 싸움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냥 다 피곤해요. 아이는 어리고, 저는 경력단절이 났었고; 지금은 뭔가 해보겠다고 진지하게 사업가처럼 제대로 해보려고 애쓰고는 있는데, 육아문제로 친정부모님께도 눈치보이고(부탁드려놨으니까요) 양육비도 넉넉히 못드리고, 코로나로 매출도 잘 안나오고, 회사 다닐땐 1달 2달이면 다 해낼 일을 6개월~1년을 끌고 있으니; 보란듯한 성과도 없고; 사업자금 투자해준것도 남편이기는 하고 미운건 미운거고 아이 아빠는 아이아빠고요.. 다 귀찮은건가봐요. 가끔 사랑과 애정을 갈구하는 남편도 정말 심리가 궁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