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감정을 앞세워 문제의 소지를 만들었네요. 아무래도 몇 자 적어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왔습니다. 우선 제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징병 반대 근거로 들었다고 보시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오해의 소지를 만든 점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제 주장은 그 두 가지를 함께 공론화시키고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지, 그 둘이 서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징병과 여성의 경력단절은 두 개 모두 여성의 삶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만 접점을 갖는 것이라고 다시 강조합니다.
이 글이 단순히 징병문제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으로서 느끼는 여러 성 불평등을 다루고 있음에 주목해 주십시오. 저는 그것들 중 하나인 '징병문제'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여성의 삶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면 하나의 문제제기와 그 해결책이 실질적으로 다른 쪽의 삶에 유의한 영향을 가져오는 만큼 다른 쪽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도 함께 공론화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이 삶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들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던 것이고, 서로가 문제를 활발히 제기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이 남성에 대한 불평등 위주로 서술되었고(그것이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보니 다소 감정적으로 서술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글에서 제기한 문제에 찬성/반대하지 않고 함께 해결되어야 할 다른 문제를 공론화하려 했던 건 안 그래도 예민한 분위기인 군게에서 욕 먹기 딱 좋은 글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뭐 지나가다 보시라고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도외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제가 여기서 누군가 그 문제를 무시했다고 말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시네요. 그리고 저는 여전히 여성의 병역과 다른 여타 문제 모두 여성의 삶에 함께 관여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 굳이 병역문제를 칼로 자르듯 잘라서 바라봅니까? 그러면서 글에선 군 가산점 문제도 언급되었는데, 저도 위와 같은 언급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관계 있다고 한 것이고요, 육아를 하므로 군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단편적 주장이 아닙니다. 남녀 모두 의무를 이행하고 원하는 직장생활과 공동육아를 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전자에 대한 불평등이 있다고 해서 후자인 여성의 일과 육아 문제가 도외시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이 모든 게 여성이 갖는 특혜라고 한다면 여성의 삶이 남성보다 훨씬 편하고 성공적이어야겠네요. 삶의 만족도와 성패의 기준을 어떻게 잡죠? 남성들 입장에서는 생리나 출산, 육아 문제는 경험해 볼 수 없으므로 당장 피부로 와 닿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당연히 군대 안 갔다 오는 여성들의 삶이 편해 보일 것이고, 여성 입장에서는 특혜 받는 자, 군대 안 갔다 온 의무 불이행자라는 인식으로 소위 남성들이 현재 다수를 점하고 있는 주요 사회에서 위 글/댓글들과 같은 시선을 받고, 육아와 일 문제로 고민하는 등 여러모로 편치 않다고 생각할텐데요. 뇌피셜인지 아닌지 겪어보지 않고 말할 순 없습니다.
남녀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사회에 여성이 더 잘 진입하고 적응하기는커녕 막상 전업주부로 사는 젊은 엄마들이 많고, 직장인 여성의 경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힘듦이 군 의무 이행/불이행처럼 객관적으로 산정되지도 않기 때문에 이걸 어디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지도 않죠.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고 젊은 여성 전업주부가 많은 사회는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남녀문제는 칼같이 동등하게 끼워맞추려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의 입장에서 활발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것은 건강한 것이라고 봅니다. 가까이 느껴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서로 다르므로 어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엔 당연히 차이가 있겠죠.
그 53kg까지 쪘던 때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고 불편하셨나요? 다시 균형잡힌 식사 하시면서 원래 몸무게 되찾으셨다는 말씀으로 봐서는 지금 몸무게가 님에게 맞고 편하실 것 같네요. 남의 말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본인에게 맞는대로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타고나는 게 참 많은데, 사실 키뿐만 아니라 몸무게도 어느 정도 그렇거든요. 이렇게 생긴 사람 있고 저렇게 생긴 사람 있는 것처럼, 그냥 조금은 마른 게 나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편해지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