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벚꽃 떨어지는 걸 그리는 것을 꼭 일본 영향이라고 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작가가 회고록이나 기사를 쓰는 게 아닌 한 말이죠. 소설이나 만화나 꼭 고증이 100%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작가가 작품에 '이건 대한민국 졸업실을 나타내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써놓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그 만화 배경이 사시사철 벚꽃이 피고 지는 곳이거나, 졸업식이 늦춰졌거나 , 아니면 그냥 단순히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어떤 느낌을 표현하려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저 같은 경우에는 벚꽃 피고 질 때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꼭 눈처럼 보이기도 하고 좀 심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올리신 그림처럼 한복을 변형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왜 한복을 변형하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가?' 하고 생각해봤는데 사람들이 한복을 평소에 아예 못 접하고 사진이나 박물관, 민속촌에 가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실생활에서 못 접하다 보니 '한복은 옛날부터 전통이었던 것이고 절대 바뀌면 안 되는 우리 정신을 상징하는거야!'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요?
요약하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 (그러니까 절대 바꾸면 안 돼!)' 이런 생각이 사람들 마음에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잘 '팔려야' 우리 것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잘 '팔리면' 우리 것으로 인정받게 되는 거 같기는 해요.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전 싸이 강남스타일 노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대체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국에서 많이 보니까 이 노래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떤 문화'로 보더군요. 이 노래 하나를 통해 그 전까지 엽기 컨셉이던 가수가 한순간에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한류스타가 되는 걸 지켜보다보니 '일단 돈이 되거나 인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문화라고 인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돈을 잘 버는지가 이게 문화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 제목 = 내숭 : 나를 움직이는 당신 / 김현정 출처 : http://hello.grafolio.net/220810262434
아래 글에도 댓글에 이 그림을 달았는데 이런 게 굳이 따지자면 '우리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 이 그림 보고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은 어떤 문화라고 하면 꼭 '몇십년~몇백년 이상 내려져온 바뀌지 않는 고귀한 어떤 것' 이라고만 생각하는 거 같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진짜 문화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것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봐요. 위에 있는 독특한 그림처럼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자주 보거나 혹은 공기처럼 느끼고 있는 것을 독특하게 표현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난 좋다', '난 싫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말하면서 서로 남들이 좋아하는 걸 인정해주면 자연스럽게 '우리 것 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올 거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도 사실은 미국 디즈니에서 만들었던 만화영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디즈니에서 만든 백설공주같은 만화영화가 엄청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줘서 일본에서도 그런 것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디즈니가 만화영화에 쏟는 만큼의 돈을 쓸 수가 없어서 만화영화에 들어가는 정지화면을 필요한 가장 적은 숫자로 만들었고, 그게 오히려 만화영화의 긴장감을 끌어 올려줬다. 그게 맨 처음에 나왔던 '아톰' 애니메이션이었다.
중요한 건 우리만의 문화가 있나 없나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또 있는 것을 키울 건지가 아닐까요?
전 우리보다 먼저 산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든 다른 나라에게 영향을 받든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는 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조금씩 바꿔가다가 '어 좀 다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이건 우리 문화인 거 같기도 해.'라면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들어서 일본 만화책은 거의 대부분 흑백으로 나오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우리나라 웹툰을 보면 흑백으로 된 웹툰 찾는 게 더 어려워요. 이걸 우리만화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일본은 출판만화 시장부터 시작해서 출판만화에서 쓰던 방식 (만화 인쇄 -> 잡지에 넣음 -> 판매) 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거 같아요. 굳이 방법을 안 바꿔도 팔릴 만화는 팔리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대량 인쇄해서 파는 만화에 컬러를 넣어서 굳이 인쇄비용을 올리는 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흑백만화 위주로 된 거겠죠. 물론 흑백만화도 장점은 있죠. 명암만 사용해서 얼굴에 표정이나 분위기를 더 인상적으로 넣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판시장이 한 번 망하고 나서 웹툰으로 다시 그나마 좀 부활했죠. 그래서 만화에 색을 넣는 게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죠. 어차피 인쇄해서 파는 건 인기 있어진 후의 일이고 대부분 컴퓨터 화면으로 보니까 색을 넣는 게 원가를 높이는 이유도 안 되고, 기술 발달로 인해 색을 잘못 칠했을 때 수정할 쉬운 방법이 생겼으니까요.(뒤로가기라던지).
이런 게 계속 이어지면 결국 '한국 만화는 색깔 들어간 게 많다'라는 어떤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전 문화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한국적인 문화가 잘 안 보이고 눈에 띄지 않을지 몰라도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단지 아직 사람들이 단숨에 알아챌 정도가 안 된 것 뿐이죠. 이런 걸 만약 먼저 알아채고 활용하면 우리나라 문화를 이끄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그림 제목 = 내숭 : 나를 움직이는 당신 / 김현정 출처 : http://hello.grafolio.net/220810262434
전 이 그림 처음 봤을 때 독특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이렇게 계속 독특한 거에 도전하고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고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나라 컨텐츠가 되는 게 아닐까요? 당장 인기 있는 것만 볼 때는 한국만의 문화가 없는 것 같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인기를 못 얻은 것들 중에는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 국가가 독서활동을 주도하는게 위험하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나 글이 있을 수 있다고, 그런 글들을 읽을 때 재미나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은 지원하는 거라 괜찮고, 그런 기회를 직접 주는 건 주도하는 거라 위험한건가요? 물론 이번에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국가 입맛에 안 맞는 글이라고 삭제하거나 그런 일은 안 일어나도록 막아야겠죠. 하지만 그런 게 무섭다는 것이 아예 이런 공모전을 국가가 주도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문학상이 엄격한 심사 기준이나 방향이 있는 게 꼭 좋다고는 생각 안 하네요. 그래서 그렇게 엄격하게 심사한 걸로 지금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나요? 제가 못 보고 있는 거일 수도 있지만 전 그렇게 안 보이더라고요. 전 앞으로 책을 추천하는 방법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권위있는 사람이 '이렇게 써야 좋은 거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옆에사람이 '내가 읽어 보니까 이게 괜찮더라' 라고 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제가 말한 공모전 형식의 방법이에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 공모전이라고 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공모전하고는 좀 다른 거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