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건 다제쳐두고 아이맥이 그 두터운 CRT모니터형이던 시절 나왔던 작품이, 아이폰같은 휴대용 단말기로 모바일 인터넷을 하는 환경의 미래상을 거의 완벽하게 예측해내고 그런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점과 고찰거리 또한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점 하나만으로 충분히 역사에 남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신카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처음 구상 단계부터 바뀌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그가 평생 추구해왔던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 상실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그가 익숙하게 그려낼 수 있는 남녀 이야기에서 확장되어 사회참여적인 주제로 확장시켜낸 작품이었죠. 재해로 희생된 사람들을 내 일처럼 기억하고 또 곁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붙잡아라고 하는 메세지를 지닌 작품에서 기존 신카이식의 엔딩이 나오는 건 구조상 불가능하죠.
개인적으로는 결과적으로 작품 자체가 대중적일지언정, 신카이 자신은 이 작품에서도 그가 그리고 싶은 것을 고집스럽게 그려낸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음작부터 계속 이런 노선일지 아니면 다시 익숙한 세계로 돌아올지는 그 자신의 마음이라고 봅니다. 차기작 가지고 여주 살리네 마네 드립치는 걸 보면 후자 쪽이 가능성 높아보입니다만.
실제로 동물 중에 일부다처제 형태의 무리를 갖는 경우에는 평생 번식 기회를 못갖고 겉도는 수컷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하던데... 그야말로 승자독식 구조가 되기 때문에.
뭐 그것도 그렇고 입장 바꿔서 일처다부제 세상에서 나 자신이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몇몇 남편 중의 하나로 아내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냐 생각해보면 그것도 고개가 좀 갸우뚱하네요. 하렘은 그냥 창작물에서 대리만족 하거나 나중에 VR같은게 나오면 즐기고 마는 거지;;;
사실 게임 자체의 입문장벽이나 고인물의 뉴비 인성질은 모든 경쟁형 게임에 존재하지만, 격겜처럼 플레이어 숫자가 적고 하던 사람만 오랫동안 해온 장르/게임은...
1. 입문자도 소수이기 때문에 일부 못된 고인물들의 인성질 하나하나가 두드러지고 그렇게 접게 되는 유저 하나하나가 게임 수명에 치명적.
2. 뉴비들끼리 같이 저렙존에서 설렁설렁 비비며 놀 같은 실력대의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당 장르 혹은 전작을 천/만 단위 이상의 매치를 플레이해온 고인물들에게 얻어터져가며 강제로 배워야 좀 할까 말까인데 그러기에는 그냥 주변의 대세 게임으로 바꾸는게 나은 선택. 결국은 해당 게임에서 대체불가능한 매력을 발견한 극소수의 뉴비만 남아서 얻어터짐. 기존 유저와의 실력차라는 요소는 아무리 올드비가 잘해줘도 극복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은 맞으면서 올라오는 걸 감수해야 하는 뉴비 입장에서의 불합리함
3. 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옳냐 그르냐 하는 문제를 넘어 일반 게임 커뮤니티에서 키배가 벌어지면 옹호파가 절대 이길 수가 없음. 그래서 안좋은 여론이 필요이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음.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격투게임 자체의 장르적 문제라거나 그 장르를 하는 유저들이 특별히 더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소수 고인물화된 경쟁 멀티 게임이 구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근원적 한계에 더 가깝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이디야 아메리카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무슨 맛인지 전혀 구별 못하는데, 개인 커피전문점 가서 과테말라랑 에티오피아 원두를 각각 드립으로 내리고 블라인드 테스트하라고 하면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음. 그정도로 각 원두 맛이 엄청 차이가 난다는 걸 처음 알았음. 그리고 커피라는 게 그리 맛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