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무살무렵 엄마께 내 감정은 이러이러하고 살면서 너무 힘들었고 상처받았다.고 했는데 엄마는 그런 저를 데리고 모 대학병원 정신의학과로 가셨고 그 의사는 엄청 무표정으로 대충 듣더니 네~ 조울증이네요. 이게 끝이었어요. 난 그 순간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내 감정은 숨겨도 드러내도 별반 차이가 없다면 우울한 면은 그냥 숨기자고 그 때 결론내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또 상담하러 갔을 때 네~ 우울증이네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날까봐 여기다가 글을 올렸어요. 어쩌면 전 제 편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 잘못 살아온게 아니라고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날 선 댓글은 죄송해요. 그것도 상처가 되네요.
어제 새벽3시가 되기 전에 들어왔고 그 때 이것저것 대화했는데 솔직한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서 조금 잠을 설쳤네요. 많은 분들이 얘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왜 참고 사냐, 신랑한테 왜 잡혀사냐. 하시는데 사실 전 참지도 않고 잡혀살지도 않습니다. 많이 싸웠었죠. 술 문제.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자문제, 귀가시간 문제, .... 그런데 계속 싸우니까 진짜 그 싸우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고 싫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포기했어요.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사람들 만나면서 스트레스 풀면 좋겠지-그럼 우린 안 싸우겠지.
사실 아이들 혼낼때도 제가 조금만 화를 내면 제 몸이 바로 아파버려요. 몸쳐 눕는다고 하죠. 근데 신랑이랑 싸울때면 더 많은 화를 내버리니까 한 이틀은 몸살에 걸린다고 해야하나. 제 화를 제가 감당을 못하니까 그냥 싸움자체를 피하고 싶고 싸움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급적이면 피해버리고 도망쳐버리게 되더군요.
결혼은 저에게 좀 남달랐어요. 전 원래 독신주의자였는데 정말 불같은 사랑(지금의 신랑)을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된 경우거든요. 그래서 결혼식 서약할 때 [건강할 때나 아플때나 행복할 때나 힘들때나...] 이런 글귀가 나오잖아요. 그 걸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 좀 내가 힘들지만 이걸 견뎌내면... 그리고 어릴 적 부모님이 늘 저에게 말씀하셨던 [ 넌 첫째니까 책임감이 있어야 된다. 책임감있는 사람이 되야 한다. ] 이 말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고 그럼 내가 힘든걸 좀 참으면, 책임감있게 내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신랑이 아이들에게 잘해주느냐. 잘해줍니다. 딸바보라고 하죠. 첫째는 확실히 저보다 아빠를 더 좋아합니다. 둘째는 저를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요즘따라 아빠를 찾는거보면 둘 다 좋아하는 거겠죠.
체면을 중요시하는 성격은 아닌데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있고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 라는 주의인데도 어렵습니다. 독신주의에서 결혼으로 생각을 옮길 때 내 인생에서 이혼은 없다. 결혼하면 결혼한 상태로 끝이다. 이걸 결혼전부터 생각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걸 뒤집으려고 하면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됐다라는 걸 인정하는 거고 그럼 나중에 제 자신을 많이 원망할 것 같습니다. 그게 싫네요.
이혼이 무서운게 아니라 이혼하면 전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이혼하게 되면 제가 제 삶을 아예 놓아버릴것 같습니다. 저에게 결혼이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내가 살면서 나도 쓸모가 있구나. 사명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 가족이 나에게 있어 사명같은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이혼하면 그 사명이 착각이었고 그럼 난 역시나 쓸모가 없는 사람이었고 이렇게 생각이 미쳐돌아가거든요.
그런 우울한 생각들을 하기가 싫으니까 그냥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제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난 다시 괜찮아질꺼야. 난 다시 행복해질꺼야. 난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야. 이렇게 저를 포장하면서 살고 있네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하죠. 행복이란 가면은 저에게 꿈이고 늘 바라는 것이라 제 스스로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네요..
저도 자식을 둘 키우고 있지만 떼랑 고집은 아이들에게 다 있는 성향이라고 생각하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첫째가 둘째보다 고집도 세고 떼도 심하고 편식도 심합니다. 그렇다고 둘째는 고집이 없냐. 아니에요. 고집있어요. 다만 첫째보다 조금 덜 할 뿐이죠.
음..제가 생각하기에 엄마아빠와 아이가 서로 말을 했을 때 한번에 알아듣고 한번에 이해하고 대답을 하면 서로 답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아이가 말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ㅡ>엄마아빠답답. 아이가 말을 해도 부모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아이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ㅡ>아이답답. 이렇게 되니 아이는 떼를 쓰고 엄마아빠는 답답하고...
저희집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말을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ㅡ> 엄마는 문장에 이런 단어가 들어갔으니 이거다. 아빠는 아니다 이러면서 논쟁합니다.싸움아니에요. 아이는 엄마아빠에게 정확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엄마와 아빠반응을 보면서 결과에 도달해갑니다. 그렇게 아이가 말한 문장을 유추해가면서 이거네. 하고 결론이 나고 아이도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희 아이는 5살 후반대부터 책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 전까지는 책은 그냥 색칠하기 좋은 것. 찢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다가 책에 관심을 느끼면서 말이 조금씩 늘어가는게 보였거든요.
그리고 저랑 신랑은 아이가 먼저 말하기 전에 다 해줘서 느린건 아닐까 생각했었던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나서 물 달라고 하기전에 저희가 먼저 밥 다 먹어서 목 마르지? 물 줄께. 이렇게 말하는 거죠. 그럼 아이는 목 마르다. 물 주세요. 라는 이 말을 안해도 엄마아빠가 다 해주니까 말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것처럼요.
저희 첫째도 편식심하고 떼도 심하고 고집도 세고 똑같아요. 그런데 편식은 부모가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부모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이것저것 먹이고 싶었는데 워낙에 고집이 센 아이라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서로 힘들었는데 어릴 땐 좋아하는 반찬만 주다가 6살. 7살. 8살..이렇게 한살씩 넘어갈 수록 편식이 조금씩 나아지더라구요. 그러니 편식한다고 너무 머라하지 마시고 그냥 안먹는다고 그러면 그 반찬은 그래. 안먹어도 돼. 먹지마. 이렇게 넘겨버리고 다음 식사때 권유하고 포기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식으로 해야 되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원래 버섯반찬을 안 좋아했었어요. 안 좋아한게 아니라 아예 쳐다도 안봤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 좋아합니다. 그 이유가 버섯을 먹으면 눈에 좋다는 제 말을 마음에 들어하기 때문이죠.
저희집 첫째가 지금 9살. 초등학교2학년인데요. 이 아이가 예전..그러니까 5살때까지 또래에 비해 말이 많이 느린 편이었습니다. 당연 시댁이나 친정에서 애 문제있는거 아니냐. 요즘 아동센터있다던데 가봐라. 병원안가봐도 되냐.등등 이런 말들 많이 들어봤지만 저랑 신랑은 그냥 기다려줬어요. 아니..기다렸다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닌가? 우리애는 그냥 말이 느린가보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었어요.
사실 저도 고민안해본건 아니에요. 그런데 또래에 비해서 말이 늦는다면 걱정을 하고 심리상담을 꼭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정말 병이 있어서 말이 늦을 수도 있지만 아이마다 빠른 아이가 있고 느린 아이가 있는데 개월수에 맞춰서 뭔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주변에서 압박? 혹은 비교? 이런 것 때문은 아닌지.. 거기에 너무 휘둘리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