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그것도 모르는 남자인 겁니다. 그래서 아내가 싫은데도 불구하고 줄창 저에게 이거해라 저거 해달라 시키게 만들어 버린거죠. 그래도 아내는 제가 시킨 일을 다 하면 반드시 칭찬해 줍니다. 한번은 강아지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구오구 해서 진짜로 화낼 뻔 한 적도 있지만....
주변에 물건이 쌓여있으면 여자는 치워서 제자리에 놓고 정리를 해야 마음이 안정 됩니다. 남자에게는 쌓여 있는 물건 사이로 내가 지나갈 길이나 누울 자리가 먼저 보여요. 또는 청소 같은 건 마음껏 어지르고 날 잡아서 한 번에 제대로 치우면 돼 같은 기약 없는 합리화를 하죠. 어차피 어지를 거 뭣하러 맨날 치우냐는 말은 차마 못하고...
사실, “어째서 그 정도도 몰라서 내가 굳이 얘기를 하고 가르쳐야 하는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집안 역할이란 여자가 하기 힘든 일들, 예컨대 조명기구를 달고, 보일러를 고치며, 막힌 하수구를 단번에 뚫는 일 같은 겁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너는 어떻게 콘크리트 못도 하나 못 박냐?”라고 하지는 않죠. 이미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역할 나누기나 비약이 아니라 아내들이 평소에 하는 설거지,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들을 남편에게 같이 하자 할 때는 남편이 아내에게 못 박는 법으로 핀잔주지 않듯이, 원래 못하는 거 알지만 같이 하자는 태도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취사병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접시를 닦을 때는 엄청 긴장합니다. 철판으로 된 아라이를 휙휙 집어던지던 버릇이 나올까봐요. 무엇이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에요.
남들 다 아는 걸 내 남편만 모른다고 비난하면 곤란합니다. 사실 그 남들도 별 차이 없고 모르는 건 가르쳐야 할 일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거든요. 사사건건 가르치려 든다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남자들도 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줍시다. 아내 앞에서는 무엇이든 다 잘하는 남자로만 보이고 싶은 게 남편이니까요. 인내심을 갖고 잘 가르쳐 놓으면 열 머슴 부럽지 않게 됩니다. 요리까지 할 줄 알게 만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요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요리하는 거 그리 싫어하지 않습니다. (청소보다 훨 좋음!) 여보 나랑 같이 밥하자...라고 해보세요. 뭐 썰어줘? 라고 하면 냅다 시키지 말고, 아니 그냥 찌개 좀 저어줘 라고만 해도 무슨 대단한 거 도와주는 것 마냥 거드름을 피우며 찌개를 젓습니다. 밥 먹으며 자기가 도와줘서 훨씬 맛있게 됐다 라고 칭찬해 주세요. 속으로 많이 기뻐합니다. 핸펀으로 사진 찍고 남편이 도와준 밥상 같은 제목으로 인스타에 올려 보세요. SNS 모르는 남편도 시간 날 때 마다 보게 됩니다. 그렇게 슬슬 엮어 가는 거에요. 절대 핀잔은 역효과에요!
집안일 - 딴집 남편, 누구 남편들은 이런 저런 집안일을 다 해준다는데 울집 남편은 왜 알아서 안해주지? 하면서 혼자 꽁하지 마시길... 그냥 여보 오늘 설거지는 자기가 해줘. 한 마디면 대부분 두 말 없이 해줍니다. 해본 적 없고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거라면 잘 가르쳐 주시고, 그래도 맨날 그릇 깨고 그러면 너무 혼내지 말고 청소나 세탁기 돌리기 등 다른 일을 시켜주세요. 하기 싫어서 일부러 못하는 척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맘에 안 들어도 계속 시키는 게 포인트입니다.
아플 때 -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 몸이 아파도 약한 모습 보이는 게 싫어서 잘 티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자들은 몸이 아프면 웬지 더 서럽고, 감정적으로 울컥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내가 아픈 건 당신 때문이야 라는 말은 남편에게 정말 큰 상처가 됩니다...ㅠㅠ 그냥 나 병원에 데려다 줘 라고만 해도 남편들은 목숨 걸고 병원까지 에스코트 합니다. 만약 남녀 신체의 차이도 모르고 그 정도로 무슨 병원에 같이 가냐고 혼자 가라하는 어리석은 남편이 있다면,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문 상태에서 “아플 때나 힘들 때나 늘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라며 앞 뒤로 흔들어 줍니다. (효과있음)
선물 - 남자들도 원치 않는 선물이나 성의 없는 선물에 상처 받습니다. 내 존재가 이거 밖에 안되나 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의점 과자, 핸펀 케이스, 손수건, 양말, 중국산 운동화 등을 생일 같은 때에 받으면 적잖게 실망합니다. 또 이번 달 용돈에 보너스 5만원 주니까 생일 선물로 퉁치자 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남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아내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아무리 허접해도 직접 만들어 성의가 담긴 물건은 언제나 갖고 다니게 됩니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은 가급적 백화점이나 로드샵 같은 곳에 데려가서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럴 때 아내들은 절대로 같은 물건 인터넷이 더 싼데 뭣하러 낭비 하냐는 말 따위 절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 몇 만원 차이로 근사한 곳에 같이 가서 사는 과정의 시간도 사는 겁니다. 기념일에만 누리는 사치가지고 너무 면박주지 마세요.
시댁, 처가 문제 -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던지 무조건 솔직하게 다 얘기합니다. “어머님이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어” 라거나 “아가씨가 이런 태도를 보였어” 등. 중요한 것은 이 때 최대한 덤덤하게 감정을 싣지 않고 전달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살 날에 새가족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이제까지 함께 해 온 뿌리가족도 소중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의견은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이 이성으로 얘기하는데 다른 쪽이 감정으로 받는다면 일단 대화는 멈추고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안 그러면 높은 확률로 맘 상하고 싸우게 되요. “ 며느리(사위) 한테 그게 할 소리야?!!” 라고 외치는 것 보다, “이런 말을 들으니까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차분하게 의논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 시도하다보면 서로 익숙해지고 이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부부 이외 다른 사람으로 인한 문제는 쉬운 해결이라는 게 없는거에요. 둘이 함께 마음과 기분을 다스리고 문제에서 벗어나는 노하우를 터득하는 연습이 중요한거죠. 둘이 동시에 의연해지기가 우선입니다.
덧붙여, 부부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서로에 대한 오해입니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고,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상대방도 그 마음을 눈치 챕니다. 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정 짓는구나 하는 느낌에 믿었던 만큼 모멸감이 생기는 거죠. 그건 정말 큰 실수입니다. 남들 다 아는 네 단점을 너만 몰라 같은 생각은 금물이에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죠.
자기 몸에 ‘겨’ 묻었네? 라고 하는 사람한테, 네 몸에는 ‘똥’ 묻었다고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고맙다 하고 털어 내야죠. 손이 안 닿으면 털어 달라고 하면 되고. 뭔가 있어 보이려고 일부러 묻힌 거라면 그렇다고 솔직히 얘기를 하시구요. 물론 상대방 눈에 ‘겨’로 보이면 그건 그냥 ‘겨’ 입니다만...똥은 그렇게는 닦이지 않으니까 아예 같이 목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자기 단점은 이런 건데, 결혼 전에 알았으면 진짜 많이 고민했을 거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후회되지는 않네. 아무리 그지같은 단점이라도 사랑이랑은 상관 없나봐” 라는 말을 탕에 함께 몸을 담그고 합니다. (효과있음)
뭔가 밀려와서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문제가 생겨서 대화할 때 감정은 자제하고 최대한 솔직하고 진실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습관만 서로 익숙하게 된다면 부부싸움은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평상시에 재밌는 대화를 많이 하는 습관도 중요하구요.
저 분이 좋은 분인지 나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저 분의 생각은 옳지 않은 거 같네요. 처음으로 청와대에 대통령 초청으로 가시는데 고구마 먹고 체한 듯 물 많이 마시라니요?
"남성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회사에서 여자로써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셨던" 분이, "적페 세력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지난 정권에서 피해자 가족으로써 원인 규명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분에게 저런 글을 남긴다는 건, 당시의 사측과 문대통령을 같은 선상에서 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