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사회주의의 구현인 소련은 지극히 기형적인 형태였죠. 애당초 마르크스가 말했던 자본주의의 심화에서 자연히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쌩 농업 국가인 러시아에서 혁명을 일으켜버렸으니... 근간 자체가 불안을 내포하는 체제였어요.
더욱이 레닌은 일당 독재 체제에다가 권력 집중화의 기간을 깔아놓고, 이걸 스탈린이 집어삼킨 뒤 무지막지한 공업화 드라이브를 걸죠. 이는 상당한 경제성과를 거둔 것 자체는 부정 못하겠지만 심각한 후유증(굴라크) 등을 수반합니다.
그런데, 애시당초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러시아에서 적용될 수 없는 전제인데, 이를 억지로 현실에 맞춰낸 논리인 "마르크스-레닌주의". 그리고 여기다가 독재권력의 극대화라는 양념이 첨가된 "스탈린주의"가, 과연 "공산주의" 이론이 맞을까요? 위에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아직 제대로 된 현실 공산주의는 인류사에서 실현된 바가 없습니다. "소련의 실패 = 공산주의 이론의 실패"는 다소 성급한 결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산주의가 실패했다는 말은, '아직까지는' 실패했다고 고치는 게 어떨까요?
p.s. 현실 사회주의의 구현 가능성으로는, 스탈린보다 백배 천배 나은 온건적이고 점진적이며 경제적 기초 이론에 합치되는 의견을 주장한, (그리고 스탈린에게 숙청당한) 부하린이라는 인물이 있답니다.
20대 초반 대학생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본인은 25세 대학생 4학년 남자입니다).
일반적인 20대 초 대학생의 기준에서, 이 나이대에 수입이나 외모같은 것은 외적 조건에 가깝습니다.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주어진, 랜덤 뽑기로 걸린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학벌은 그 이전 10대때 공부했던 것의 성과가 반영되는 것이고, (개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성격을 지닙니다. 학벌은 학벌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경험과 정도를 반영하는 척도'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긍지의 기반이 될 수도 있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면(학벌이 성공의 경험을 나타내는 척도에 대한 가중치를 적게 부여한다면) 상관없겠지요. 아니면 자신의 긍지가 충분하거나 그릇이 커서 영향을 받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면 그 역시 상관없을 것입니다. 혹은 조금 더 나이가 먹으면 개인의 성공과 긍지를 반영하는 다른 척도들(재력이라거나 직장)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냥 밤새면서 졸업논문 쓰는데 집중도 안 되고 해서 몇 자 남겨봅니다.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멋대로 생각이라도 해봤어요.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향리들은 호족 출신이면서 정규 행정 조직에 속했기에 '외역전'을 지급받았어요. 그런데 조선 시대가 되면서 모든 군현에 수령이 파견되게 되고 향리는 완전히 종속적인 체제로 변하게 됩니다.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으니, 이들은 자연히 백성을 수탈하게 되고 조선의 고질적인 삼정의 문란이 이어지죠ㅠ 공적 업무를 행하는 자에게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나라가 어떤 꼴이 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