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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읗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103 인식절차에 대해서 [새창] 2013-11-01 02:15:11 0 삭제
    조금 더 나아가자면 칸트는 시간과 공간을 선천적 형식으로 말하면서 둘을 구분했지만, 후설의 현상학에 이르러서는 공간의식을 시간의식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공간성을 시간성으로 해체/환원시킴에 따라 시간성을 의식 지향성의 근본적 원리 중 하나로 분석합니다. 이러한 후설의 시간성 해석은 뉴턴 물리학에 기반한 과학적 패러다임으로부터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 과학적 패러다임으로의 전이를 철학적으로 평행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02 인식절차에 대해서 [새창] 2013-11-01 02:10:48 0 삭제
    칸트는 "시간이란 바로 이것이다"라고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가지는 특징을 설명했을 뿐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칸트는 시간이나 공간은 하나의 관념일 수 없다고 봤습니다.

    플라톤에서 출발하는 이 사유의 흐름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플라톤은 물론 우리가 근본적 관념들을 모두 잠재된 형태로 가지고 있으며,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은 다만 그 잠재된 관념을 다시 떠올리는 (상기하는) 것이며 그것이 참된 인식의 진정한 형태라고 봤는데 이것이 플라톤의 상기론입니다.

    근대에 이르러 이제 합리론과 경험론의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되는데, 합리론에서는 대표적으로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가 이러한 플라톤의 이론을 옹호합니다. 특히 라이프니츠는 거의 글자 그대로 위의 이론을 받아들인 편이며, 데카르트는 이렇게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념과 경험적으로 습득된 관념을 구분하여 전자를 본유관념 혹은 생득관념으로, 후자를 경험관념 혹은 습득관념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경험론에서 대표적인 입장은 로크와 흄인데, 글쓴이의 견해와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로크의 사상일 것입니다. 인간이 원래 백지 (tabula rasa)와 같이 아무 관념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로 유명한 것이 바로 로크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본유 - 경험의 구분 자체는 로크에서도 유효하지만, 로크는 본유/생득관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관념은 경험/습득관념이라고 보았습니다. 로크는 관념을 단순관념과 복합관념으로 구분하고, 복합관념은 단순관념의 복합에서 오는 것이며, 단순관념은 인상 (impression)으로 부터 주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이 인상을 조금 간단하게 말하자면 글쓴이가 언급한 감각지각적 경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흄 또한 이러한 로크의 견해를 받아들여 본유관념을 부정하지만, 로크의 인상 --> 단순관념이라는 구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했고 거기에 필연, 인과, 시공간 등등이 포함됩니다. 흄은 이것을 크게 두가지를 들어 설명하는데 하나는 반복을 통한 습관이며 또 하나는 인간의 상상력입니다. 결국 합리론의 근간이 되는 관념들은 그저 반복적 습관의 흔적 혹은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칸트는 이러한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시키고자 했으며 그 노력의 산물이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의 3대 비판서입니다. 글쓴이의 주제와 관계하는 부분은 순수이성비판으로, 칸트는 애초에 시공간이나 필연, 인과와 같은 것은 관념 자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것들은 사전에서와 같이 도식적 형태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치 "사과"를 정의하듯이 "시간"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시간"을 하나의 관념으로 오인하는데서 오는 오류라는 것이죠.
    101 짜증나는 착함 [새창] 2013-11-01 01:48:34 0 삭제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것이 모호하긴 하지만, 뒤집어 말해보면 불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불신이 가득한 세상이 최소한 지금의 세상보다 더 낫다는 의미가 됩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 세상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종류의 사회계약론을 견지하든 간에 적어도 지금까지 개념화된 것 중에 신뢰가 없이 구성되는 근대사회의 분석모델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신뢰는 불신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약한 것임에는 틀림 없죠.
    100 인식절차에 대해서 [새창] 2013-11-01 01:45:08 0 삭제
    핀트가 어긋난 것은 글쓴이 같군요. "시간"이라는게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칸트가 말한 것을 읽고서 "시간"에 대해 알게 되는게 아니죠. "시간"에 대해 칸트가 뭐라고 말했는지를 말하는게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더 단적으로는 글쓴이 본인은 "시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스스로 한 번 물어보라고 묻는겁니다.
    99 정의(definition)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새창] 2013-10-31 02:01:26 0 삭제
    저는 글쓴이의 질문을 그대로 글쓴이에게 돌려드린 것입니다. "언제/어디서/어떻게/어떤 계기로,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입력시켰기에, 그 얘기를 하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을 "필연" 혹은 "시간/공간"이라는 개념에 적용시켜서 한 번 스스로 대답해보시라는 것입니다.

    좀 더 단적으로 글쓴이 스스로의 암묵적 전제를 노출시킨 부분이 바로 "어떻게든지 내가 정신작용을 거쳐서 습득한 건데"라고 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흄과 칸트를 이야기한 것은 "필연"이나 "시간/공간"이라는 개념은 "사과"라는 개념과는 달리 "습득된" 관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98 정의(definition)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새창] 2013-10-30 23:24:32 0 삭제
    또한 정의는 반드시 사후적으로만 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수학적 개념화를 생각해보면 정의로부터 비로소 개념이 발현하는 경우를 무수히 볼 수 있습니다. 일상어적 맥락과 분석적/학문적 맥락 역시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나 소쉬르 같은 현대 언어철학에서는 원초적 언어경험과 같은 차원에서 일상어가 선행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나, 관념론 전통의 존재론적/인식론적 분석에 기반한 연구에서는 일상어를 선행하는 지적 작용 - 선험성 이상의 설명을 제공하기 어려운 그러한 작용 - 의 존재를 논증하고 있습니다. "정의"라고 다 같은 정의가 아니라는 정도로 간단하게 말해볼 수 있겠군요.
    97 정의(definition)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새창] 2013-10-30 23:19:26 0 삭제
    의미론의 문제를 정의라는 화두로 정의항-피정의항이라는 구도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계속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라는 개념이 아니라 의미-연관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입력이 아니라 계기라고 해도 원인-결과로 분석하는 인과의 프레임 내에서만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위의 댓글에서 언급한 개념들은 소위 선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개념들로, 단순히 감각-경험으로부터의 독립성만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력 혹은 계기 혹은 원인 혹은 절차라는 방식의 분석으로 접근하게 되면 논리적 분석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개념들이기 때문에 예로 든 것입니다.

    막연하게 "형성과정을 보면 된다"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저 위의 구체적인 예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야 이 난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영역에서 유효한 방식이라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비약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대입해보자면, "사과"라는 개념은 사과라는 물질적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의미 연관으로부터 구성되는 것이라고 할 때, "필연"이라는 개념은 대체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는걸까요? 흄이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칸트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것이구요. "필연" 혹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마치 "사과"라는 개념을 분석하듯 접근하다보면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이 난점을 흄은 자연주의로, 칸트는 선험철학으로, 헤겔은 변증논리학으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어느 것도 완전무결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본문에 제시된 방법론 자체가 가장 근원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는 유효한 방법이기 어렵다는 것이며 이는 논리적 분석에 근거하고 있는 모든 방법론이 결국 극단에서 마주하게 되는 트릴레마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96 정의(definition)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새창] 2013-10-30 20:28:04 0 삭제
    모든 개념이 외적 경험 - 글쓴이의 표현으로는 입력 - 에 의해 형성된다는 식의 환원주의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철저한 경험주의를 말했던 흄 또한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인과"의 개념이나 "필연"의 개념은 경험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칸트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 역시 그렇습니다. "의미"라는 개념 혹은 "개념"이라는 개념은 어떻습니까? 인간의 지적작용을 입력에 근거를 둔 상기라는 것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플라톤이 증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 무엇을 조작하고 동작으로 하여 정의를 해야되는지" 배워본 적이 없다면 아리스토텔레스 범주론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95 "읽기 싫으면 읽지 말아라" [새창] 2013-10-30 17:46:50 0 삭제
    합리성의 개념을 뭐라고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댓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군요. 특히나 과학이 튀어나온 것은 맥락상 쌩뚱맞게 느껴집니다. 합리성을 신으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 합리성의 개념의 초월성을 말한 것입니다. 칸트 역시 순수이성비판에서 나타난 그런 초월적 선험철학의 테마가 가지는 맥락에서 연결된 것입니다.
    94 권리란 무엇인가 [새창] 2013-10-29 18:18:08 0 삭제
    욕구의 절제와 욕구의 부정은 분명히 연결되는 테마가 있으니 구별되어야 합니다. 흔히 쾌락지향적으로 알려진 에피쿠로스 학파가 실질적으로는 극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영위했는데 이러한 표면적 역설도 철저히 그들 나름의 논리적 정당화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쾌락원칙으로 인간의 삶을 환원시키려고 했던 것은 바로 초기 프로이트에서 나타나는데 누구보다도 쾌락원칙을 강하게 신봉했던 프로이트 스스로 단순히 쾌락원칙만으로 인간을 분석할 수 없다는 실질적 난점을 발견했고 프로이트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적 개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거기서부터입니다. 욕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이 성립하기 어려운 것처럼 욕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 역시 그 기반이 부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그 자체로 원초적인 것이나 원초적이라고 해서 최상위 혹은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속단할 근거가 없으며 실제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93 도덕이란 무엇인가? [새창] 2013-10-29 18:11:53 0 삭제
    도덕, 정의, 법의 개념이 애매하게 혼재되어 있는 것 같은데...이는 엄연히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합법적이라고 해서 도덕적인 것도 아니고 정의롭다고 해서 꼭 합법적이지도 않기 때문이죠.
    모든 행위의 가치판단 규준을 "역으로 감수할 자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말도 못하게 헛점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어차피 나는 평생 도둑질을 하지 않을테지만, 만약 내가 도둑질을 한다면 나를 총으로 쏴죽여도 좋다. 그러니 나는 도둑질을 하는 사람을 보이는대로 총으로 쏴죽이겠다. 라는 가치관이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나를 얼마든지 억압해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돈이 제일 많으니 모든 중소기업의 씨를 말려버리겠다. 라는 식의 슈퍼갑의 논리는 어떨까요?

    개인의 사적인 판단기준에 모든 행위의 자유를 귀속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심각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사고일 뿐입니다. 현실의 문제는 그렇게 주먹구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태반입니다.
    92 논문 쓰면서 헤겔 때문에 멘붕 중....... [새창] 2013-10-28 01:50:00 0 삭제
    여느 철학자나 마찬가지로 헤겔도 결국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직관을 얘기하고자 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분석이 상당히 복잡하고 섬세할 뿐...
    91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감정도 진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새창] 2013-10-28 01:48:41 4 삭제
    우리는 항상 상황 속에 있습니다.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순수함"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90 민주주의보다 나은 정치철학은 존재하나요? [새창] 2013-10-26 15:42:50 0 삭제
    정치가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는 인간의 개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의 개념은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것으로서 그 시대의 산물이자 하나의 시대적 현상입니다. 현대에 절대주의적 왕정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실패하는 것과 꼭 같은 이유로 플라톤의 시대에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대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실질적으로 지탱시키는 것은 단순히 민주주의라는 정치철학의 순수한 이론적 완성도가 아니라 현대를 살고 있는 당사자들의 자기인식과 크게 관계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주 지적되는 현대민주주의와 후기자본주의 사이의 깊은 갈등은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 순수한 이념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89 [새창] 2013-10-26 15:38:05 0 삭제
    법은 가치판단의 지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을 지탱하기 위한 장치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법과 도덕은 구별되어야 하며, 법이 도덕과 관계하는 한에서도 법은 언제나 최소한의 도덕을 지향할 뿐 최대한의 도덕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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