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대한민국은 뒤늦게 민주주의를 시작했고 굉장히 빠르게 귀족정체, 공명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를 지나 폭군정체로 접어들뻔했다. 모두를 위한 한명의 영웅, 내지는 자신만을 위한 독재자.. 다 예상한 바였고 그랬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가 달랐다. 대한민국엔 수없이 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과 이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었다, 이를 위한 수많은 과거의 희생이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다는건 이미 입증되었다. 얼마나 더 틀릴지에대한 앞으로만 남았고, 이를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민주주의가 인류에 처음으로 등장한지 2500년이 흘렀고, 대한민국은 70년의 짧은 민주주의 경험으로 그동안 인류에 단 한번도 없던, 아직 단어적 정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태동기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매분 매초 진화하느라 스스로 무슨 일을 해내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지만, 세상은 조용히 지켜본다. 민주주의의 불길은 그렇게 누군가에겐 공포로, 다른 누군가에겐 희망으로 번진다. 인류가 이타적 공존을 위한 더 높은 의식수준으로 넘어가기위한 분기점이 이렇듯 말도 안되게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고있다. 그리고 이는 또 더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A single spark. 1970년, 한명의 의인이 시작한 민주주의의 불길은 그렇게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는 촛불의 바다가 되었고, 이는 다시 가장 소중한 불빛으로 돌아와 전파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진다.
세상은 숨죽이며 지켜본다. 아직 그들처럼 거리로 나가 세상을 바꿀 용기는 없기에 기다린다. 희망을 품고 이 서사시의 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크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 또한 그날 계엄 발표가 진짜였다는것, 이재명 대표님의 라이브 방송이 딥페이크가 아니었다는것 확인 되자마자 바로 여의도로 차를 몰아 나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유시민 작가님, 조국 대표님, 피습을 당하셨던 이재명 대표님.. 그외 수도없이 많은 이 땅의 모든 의인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고있어요.. 모두의 의지를 이은 대표님의 부름을 받은이상 가지 않을수는 없었고, 가는 내내 공포심과 싸웠어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스쳐지나가 눈물이났고.. 혼자인 차속에서 이를 참고는 있었지만 이를 굳이 참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참..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됐었네요..
굉장히 비판적으로 사고하기에 최악의 상황들을 여럿 떠올렸어요.. 계엄 선포 후 공포심 유발을 위해 저와같은 민간인의 차량을 도로에 폭파시켜둬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어요 ㅎ.. 그냥 계엄 스텐스대로 남침이네 뭐네 하고.. 구심점이 될 민주당측 의원들을 몰살시켜버리고 거짓뉴스와 댓글들로 묻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어쩌지?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참 많이 생각 했었네요.. 지금도 의회로 향하던 그 길이 떠올라요.. 약간 안개가 낀듯한 그 길에 차는 거의 없었고, 너무도 몽롱했어요. 자다 깨서 간것도 아니었지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 꿈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돌이켜보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무의식의 계산으로는 가서 이득이 없는 그 길을, 죽음을 각오하며 가는 그 공포심을 마취시키려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30분 남짓되던 그 짧은 길이.. 마치 한밤중에 아랫지방까지 몇시간동안 차를 몰아 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나 적막했고,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어요..
어떻게든 의원들이 모여 계엄해제를 가결시켜야 하고 그걸 위해선 사람이 모여야한다.. 지금이 아니면 그걸로 끝이다. 뒤에서 응원만 하던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그렇게 쓰러져간 분들께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지 않으면 도저히 더는 못살거 같아 그렇게 그곳에 갔네요.. 살기위해 죽을 마음으로 갔어요.
계엄 해제 후엔 제가 가지고있던 생각들이 너무 소설같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윤석열이라 다행이다 라고 생각도 했어요. 그 후로 10일이 지났어요.. 정말 끔찍하네요 하하.. 10일밖에 안지났네요.. 이제 겨우 10일이 지났는데 한달도 더된 일처럼 느껴져요..
매일 새로운 소식들이 둑이 터진듯 쏟아져 나오고,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되어 왔는지 하나씩 드러나고 있어요.. 3일 밤의 그 시간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또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순간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 감히 가늠할수조차 없어요.
모두 그런가요..? 모두 저와 같은가요..? 그 안개낀듯한, 당장이라도 무슨 일인가 터질것만 같은 그 불길하고 불쾌한.. 하루하루를, 한달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10일짜리 터널을 지나고 있나요..? 끝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일의 크기가 너무도 커서 이는 시작되는거 같지도, 끝날거 같지도 않아 그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이에요..
너무도 원하는 진정한 대한독립이지만, 나라는 너무도 보잘것 없는 하나의 개체가 감히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 그게 너무 비참해요.. 그래서 나가려구요.. 저는 당면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가 너무도 사랑하는 일들에 전심으로 임할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가려구요..
내란의 날도 그랬어요. 그 공포심, 비참함, 빚진마음 안고 어떻게든 그곳에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어요. 나였으면 너무도 힘들었을텐데 우리였기에 할 수 있었고, 이내 모든 부정적인 마음들이 사라지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한곳에 모이는데 그 뜻이 이뤄지지 않을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논할 때 두고두고 회자될 전무후무한 일이 한국의 여의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그 역사의 중심에 우리가 서있네요..
진정한 의미의 한일전 입니다. 청산되지 않은 일재 잔재가 이렇게나 커져서 이제 전국민이 뭉치지 않으면 반대로 모두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졌어요.
그것이 여론이라 믿게 만들고, 당연히 나와야할 탄핵의 목소리를 주춤하게 만들기.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고 생각하고 탄핵여론 점점 수그러들게 만들기. '굳이 나까지 나서지 않아도..' 라고 생각하고 방관자로 만들기. '정치 이야기 하면 싸움만 나니까..' 라고 생각하고 정치에 무관심해지게 만들기.
시간을 초단위로 기록하는 삶을 오래 살았고, '그래서 그걸 왜 하는건데?' 에 '그것이 이득이기 떄문에' 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모든 행동을 다 끊어냈어요. 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끝날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나 하나 지면 우리 둘이 피고, 그 둘이 지면 다시 넷이 피겠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겨야겠다. 애플워치로 녹음하면서 가면 되겠구나. 이건 단순히 마음속에 쌓인 울분인가? 그냥 화를 내고 싶은건가? 차를 돌릴까? 내가 이렇게 떠나면 내 가족은? 내 아이는? 논리적인 행동인가? 그냥 감정적인 결정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소모되어 버리는건가?
너무도 많은 양립이 불가능한 생각들 때문에 힘들었고, 또 주진우 기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정말 긴박했어요.. 순간의 판단 내지는 미리 하달된 명령으로 방아쇠를 당길수도 있는 군인분들께 "지휘관님.. 지휘관님.." 하시며 인간적인 감정을 일으키고, 해서는 안될 행동을 막으려는 모습이 보였어요. 정확히 어디로 가야하지? 담을 넘어야하나? 등등 참.. 수많은 생각들을 했네요..
수많은 잡음을 막은건 이재명 대표님의 목소리였고,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우리 모두가 가지고있는 부채감 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님이 차에서 라이브까지 켜며 와달라고 하시니 한시간정도 거리, 가까이 사는 저는 가지 않을수가 없었고, 그길로 그렇게 떠나게 된다면 빚진 마음 없이 떠날수도 있을거 같았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거 같아요.. 끝나기 전까진 끝난게 아니고, 군을 이용한 무력행사를 제외하곤 모든 퇴로가 막힌듯 보여요.. 아직 끝나지 않은거 같아요..
아이는 일곱시 반부터 똘망똘망한 눈으로 또 오늘 하루 시시각각 귀엽네요 ㅎ.. 부모님께 아이를 잠시 맡기고 또 다녀와야 할거같아요.. 모르겠어요, 오늘도 모르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