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들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힘내세요.
세상의 도덕적 잣대야 님이 더 잘 아실테고,
어찌됐던 어떤 상황에서든 누가 무엇을 위해 이용했던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느끼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란 감정은 소중한 거죠.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참 나쁘고, 그걸 맘껏 누릴 수 없는 현실도 슬픈 거 아닙니까.
아픈 상처를 이제 잘 채워줄 좋은 남자를 만날 차례네요. 상처를 너무 움켜쥐고 가거나, 그 사랑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극일 수록 기억에 많이 남는 애잔함도 있을텐데 그것도 너무 얽메이지 마세요. 속았다는 배신감 때문에 혼란스러울 땐, 시간을 가져야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한 건가 하는 마음 따위, 그 분이 기대하는 편리한 수법이거든요.
비극은 비극으로 끝내고 시간을 좀 흘려보내세요. 깔끔하게 관계를 끊으시고. 괜히 맘이 흔들려서 술도 먹고 이래저래 울고 불고 하다가 실수로 다시 한번 더 자면 계속 그 사람의 노예가 될 겁니다.
여기 사진들이 인물들만 바뀌고 똑같은 형태로 미군(+용맹한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게릴라 베트공들을 상대하던 사진들로 바뀐다면? 그들에겐 죽은 이들이 모두 독립군이었고 (성공한 독립군) 죽은 수많은 양민들이 당해야 했던 수모가 치가 떨렸을텐데..
미국이나 우리 관점에선 귀찮고 잔인하고 지독한 원숭이 빨갱이들이라고 봤겠지. 일본 입장에선 어땠을까. 그냥 지독한 조센징 게릴라 반란군으로 봤을까.
그냥 상대적 관점에서 우리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 씀.
언니 입장이야 이해하지만 동생은 어떨까요.
언니 좆까고 엄마도 좆까고 아무도 날 이해 못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선 지금 더 중요한 일들이 굴러가고 있고 가족은 남일 뿐이고 날 이해하려 해주는 건 남친 뿐이고 떡은 좀 치고 싶고 그게 신기하고 그게 인생인 거 같고, 용기를 통해 갑자기 찾아온 자유가 너무나 큰 배움인 거 같고,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어른들의 모든 논리에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것 같고...
물론 저희는 나이를 많이 쳐먹어서 경험적으로 저런 자유의 짜릿한 맛이 좃만이의 실전 인생 수업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머리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들어라.. 라는 참으로 우리에게 무한한 세월이 흘러서야 이뤄진 깨달음과 여유로움의 집합체를 어린 아해에게 (물론 성인이라지만) 강요합니다. 철들어 넌 철이 안들어서 병신이야.. 라는 느낌의 뉴앙스를 강요하죠. 그 철이 뭔지도 모를 애한테. 인격적으로 미달하다는, 그 누구라 해도 존엄성에 상처를 받을 얘기를 내뱉는 거죠.
그럼 그 아해 입장에선 우와 내가 철이 없었구나 가족들이 날 걱정하고 있겠구나 우왕 ㅠㅠ 감동적이야.. 혹은 지금 안들어가면 정말 내 인생이 꼬이겠구나 우왕 내가 철이 없었어... 라며 기어들어갈까요?
이렇게 속시원한 언니 입장만 쓰면 우리는 공감하지만, 동생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미친년 나 진짜 저 집엔 영원히 안들어가 이 글을 읽는 순간 더욱 굳게 결심했어' 라고. 저딴 사람들이랑 사느니 내 남자랑 살겠어.
다시 한번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런 남자랑 살다가, 임신을 안한다 하더라도 그 남자가 가족 없는 여자를 어느 순간 쉽게 대하기 시작하고, 다른 남자들이랑도 자유롭게 뒤섞이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쉽게 돈 버는 법은 몸을 굴리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시간을 할애하고 개고생하거나, 것두 안되면 돈 많은 남자에게 감정을 속여 넘겨 휘어잡는 (하지만 것도 대학도 안나오고 가족도 없고 막 굴러다니던 여자에겐 쉽지 않죠) 그런 방법들을 생각하다가 인생이 점점 뒤안길로 가게 되겠죠. 그러다 자기 감정을 방어하기 위해 강한 척 하기 위해 쌍욕과 거친 태도를 배우게 되고, 가끔씩 생각나는 자신의 여성성을 떠올리기 위해 망가진 몸매와 얼굴을 화장과 야한 옷을 떡칠 하고 클럽 같은데서 혹시 자기에게 데쉬하는 남자 없나 하고 색기를 떨쳐보다가 아무나 되는 대로 하룻밤 쯤 자고 다니고 그러다가 사귀던 남친한테도 개욕 먹고 부모님 생각은 나지만 돌아갈 수는 없고 이미 인생은 막판 까지 갖고 담배나 피우고 술이나 마구 마시며 몸뚱아리 굴리다가 남자 잘못 만나면 뽕도 한두번 실수로 맞고.. 그러다가 어느샌가 이쁜 백 한두개 사다가 빚더미.
그때쯤 집에 찾아가볼 용기도 없겠으나 돌아가 보면 집주소도 옮긴지 오래.
부모님은 울다 지쳐 그냥 딸년 없었다 칠까를 수억번 고민했지만 결국 자괴감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안고 살게 되고...
언니는 뭘 해도 자신감이 없어지죠. 시집 갈려고 보니 가출해서 창녀 된 거 같은 동생 얘기 숨겨야 되고, 남친을 사겨도 숨겨야 되고, 학교에서 소문 날까 쉬쉬하고, 회사에서도 행여나 소문 날까봐 짜증. 때 되면 치밀어 오르는 미운 감정과 자괴감.
가출한 소녀가 쉽게 집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미래들을 한번이라도 상상을 해보면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