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자주 보이는 오해인데, 민족주의에 대한 스탠스는 좌/우, 진보/보수의 본질적인 차이가 아닙니다. 좌우 구분의 핵심은 현 체제에 대한 인식과 사상에 달렸죠. 그리고 한국에서 진지하게 좌/우를 논할 때 '현 체제'는 통상 87년 이후 6공화국을 기준으로 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극우/수구 세력이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기를 그리워하는 것이고, 결국 민족주의와는 별 인연이 없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오, 역시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레밍들이 우루루 몰려들었군요. 다들 알려진 이미지에 혹해서 이해할 생각도 능력도 없어보이니 대충 간단하게 얘기하고 넘어가주죠. 근데 중간에 교회나 이야기 꺼내는 사람들은 날 개신교라고 생각하는 천주쟁이들인가요? 번지수 잘못 짚었수다.
김대건 저 자가 조선 정부에 잡혀서 처형당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바로 국가기밀인 지도를 넘겼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여기서도 천주쟁이들은 '전도를 위한 선교사들의 해안 진입 안내 용도'이라고 강변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저 작자가 넘긴 지도는 '조선 전도'였습니다. 대건이가 넘긴 지도에도 정확하게 조선 전도 네 글자가 박혀있어요. 게다가 지도를 넘기려 한 것도 아니고 이미 낼름 넘겨버렸다지요.
당시 정세가 어떠했느냐? 김대건은 1845년에 지도를 넘겼고 1846년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1차 아편전쟁이 1840년부터 1842년에 있었고, 김대건이 죽고 나서 10년쯤 후인 1856년에 2차 아편전쟁이 발발합니다. 여기까지는 상식이니 다들 아시죠? 그리고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증명되었듯 선교사라는 양반들은 사실상 제국주의 국가 침략의 첨병(사전적 의미 그대로)이었다는 것도 상식입니다. 결과적으로 김대건의 역적질 결과 본인이 감옥에서 쓴 편지에도 적혀있듯 프랑스 군함들이 수시로 조선 해안과 근해에 출몰하게 되었지요. 감옥에서 소식을 들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개판이 벌어졌는지는 명약관화.
여러 문화권에서 오른쪽에 긍정적, 왼쪽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걸 정치적 의미의 좌파와 우파에 갖다대면 곤란합니다. 좌우파의 유래 자체가 긍정이나 부정과는 무관하고 정말로 방향에 따른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파/보수면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도식이 자주 보이는데, 이것도 잘못된 관념입니다. 좌파/우파, 진보/보수는 그 사회의 현 체제에 대한 태도가 1차적인 기준이지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한국 상황을 두고 말하면, 한국은 소위 87년체제라고 일컫는 6공화국이 기준이 될 것입니다.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통령제 사회이며,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이고, 미국 아래 제후국들과 동등한 위상을 가졌다는 것이 특징이겠지요?
보수 우파라면 이 체제에 만족하고 유지하려 하겠고, 수구 극우파라면 이것보다 복고적인 체제를 원할겁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독재, 미국과 일본의 하청 노릇을 하는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가 그 도착점이겠네요. 이건 소위 말하는 국익과는 거리가 멀지만 엄연한 우파의 행위인데, 우파=국익이라는 고정관념은 볼때마다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