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하는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한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p.7 첫 장
독서기간 : 2017,8,2~3
줄거리 :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 어떻게든 기억을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나날이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딸 은희 뿐.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접촉사고가 나 태주라는 인물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직감한다. 그 역시 살인자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리 믿어주지 않고, 도리어 은희가 태주를 약혼자라며 데리고 오기까지 한다. 은희 역시 '우연히' 만났댄다. 당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병수. 결국 태주가 은희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라 결론 짓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를 어떻게든 은희 곁에서 떼어놓고, 제거하려 하는데...
짧은 평 : 놀랍다.
여기.
자기 자신을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막상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유명 소설가'라 소개한 이가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한 데뷔 어언 20년차 베테랑 소설가. 김영하.
사실 조금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에 대해 아는 바는 많지 않았다. 물론 옛날에 한 번 강연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 최근에는 (지금은 종영했지만)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몇 번 본 기억이 남아있어 이름이나 얼굴 정도는 낯설지 않을 만큼만 알고있었다.
언제적. 남궁인의 신작 <지독한 하루>를 사기위해 교보문고에 들렀다. 의외로 예상보다 돈이 남았다. 그러자 문득 다른 책도 한 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언가 이끌린듯 그의 소설책 한 권, <살인자의 기억법>을 집어들어 같이 사가지고 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출간되었을 당시, 인기가 상당해 궁금하긴 했으나 '나중에 읽어야지..'라는 생각만 되풀이 한 책이었다. 그 한이라도 풀어야겠다는 듯 난 그날 밤 당장이고 책을 펴 읽기 시작하였다.
여러모로 놀라웠다.
먼저. 첫 번째, 문장들이 굉장히 간결하다는 점.
요즈음 간혹 간결함이 부실함을 대체하는 말마냥 쓰일 때가 있다. 최악인 경우다. 간결함은 부실함이 되어선 안된다. 알차야만 한다. 당연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만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건데, 굉장히 간결하다. 읽기가 훨 편하다. 그러나 그만큼 속도감도 있어 느슨해질 틈이 없다.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두 번째, 이 소설의 끝에는 어마어마한 반전이 숨겨져있다. 끝의 그 반전에 다다르고 나서 느끼는 허무? 아니, 이 표현은 적절치 못할 수도 있다. 뒷통수를 맞는 기분. 그래. 그거다. 김영하는 자신이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여김없이 드러낸다.
세 번째, 살짝 웃긴 이야기인데. 김영하같이 점잖은 사람이 이런 소설을 썼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한 사랑 이야기에나 어울릴 법한 인자한 성품을 지닌 그가. 매력적이군. 물론 내가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본 적 없어 선뜻 이런 말을 할 순 없지만 말이다.
흠 잡을 데는 딱히 없다.
이런 소설에 뭘 더 바라겠는가.
이제 나는 그의 팬이다.
꼭 반드시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것이다. 맹세하리라.
김영하란 사람이 누구임을 강렬하게 각인 시켜준 <살인자의 기억법>. 마침 스릴러, 공포의 계절인 여름이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읽지 않아본 분들께서는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오는 9월에 영화화 된 <살인자의 기억법>(무려 설현이 주연이란 말이다!)도 극장가를 찾는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찾아보는 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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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취미인 16살 중3입니다.
써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