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둘다 솔로였던 우리는 지인의 소개로 소개팅을 했고,
여차여차 좋은 만남이 이어져, 다음해 1월부터 우리는 사귀게 되었죠.
연애가 시작되면서, 이사람과 함께라면 평생을 같이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연애시작 4개월만에 지방에 있는 부모님께 당신을 소개시켜주었지요.
역시나 내가 예상한대로, 부모님도 당신을 엄청 좋아했었고,
나 역시 당신의 집에 장인장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온가족이 모여, 상견례를 하게 되었죠.
결혼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상견례가 끝나고 앞으로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해 예쁜 꿈과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좋은 집은 아니더라도, 당신과 우리 아이, 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꾸리며, 함께 요리하고, 함께 청소도 하며
여느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요.
그러던 중, 갑자기 당신의 뱃속에 사랑하는 우리 축복이가 생겼고, 예상치도 못하게
앞당겨진 우리 결혼.
이제 막, 취업을 해서 5~6개월 밖에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당신에게..
큰 짐을 안겨주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당신은 우리 축복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보자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의 길을 택한 당신
나 또한 사회 생활을 한지 2년도 되지 않아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었고, 부모님의 도움없이 우리 둘이 결혼생활을 해보자고 다짐하였기에,
서울 외곽에 있는 30년도 넘은 10평 남짓한 전세 아파트에서 시작한 우리.
더운 여름날 축복이가 세상에 나오고, 우리는 너무 행복한 날들을 보내왔지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구요.
아기가 커지며, 혼자 기어다니고, 혼자 걸어다니고, 엄마, 아빠를 부르고.
아이가 이렇게 빨리 클수 있나, 아이가 이렇게 이쁠수 있나. 하는 놀라움과
젊은 나이에 축복이를 이렇게 잘 키울 수 있나 하는 내심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 존경심마저 생겼죠.
외벌이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 늦게 퇴근하는 나에게 싫은 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던 당신.
결혼한지 2년만에 우리의 이름으로 된 우리의 아파트에 내일 이사를 가지요.
마음 한켠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결혼전 내가 당신에게 항상 했던 말
'결혼하면 우리 거실 소파에 누워, 당신이 좋아하는 미드나 영화보면서 치맥하자고.'
'우리 애기 태어나면, 애기방에는 이것저것 놓고 싶고, 거실에는 애기 공풀장 만들어주고..'
하지만, 결혼 당시 경제적능력이 되지 않아 2년동안 당신에게 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미안했어요.
일반사람들에게는 사치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항상 마음한켠에 너무 큰 미안함으로 남겨두고 있었어요.
짧은 시간동안 악착같이 모아, 대출을 좀 받긴 했지만..
우리 내일, 거실이 있는 지금 보다 더 큰 아파트로 이사를 들어가요.
내일저녁 우리 거실에 누워 당신과 손 붙잡고, 영화를 보며, 치맥을 하고 싶습니다.
옆에는 우리 애기가 공풀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죠.
2년전 말했던 꿈이
내일은 현실이 되네요.
내일은 당신과 함께 우리의 집에서 영화나 한편봅시다.
사랑합니다.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