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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첫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love_8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예비군소집일
추천 : 1
조회수 : 5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14 16: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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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오유를 보다가 첫사랑 이야기를 보았네요.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첫사랑 이야기에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조금은 다시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래봐야 남징어 6번다리 빨판정도겠지만......)

그러다 갑자기 제 첫사랑 이야기가 생각나서 적어보려합니다.

제 아이디로 전에 몇번 짤막하게 쓴 적은 있으나.....
그냥 이런 첫사랑도 있구나~ 하고 한번 보시라고......
(사실은 제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한번 쫘악 풀고 마음 가라 앉히고 싶어서요.)

제 첫사랑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짝사랑이었습니다.
짝사랑도 첫사랑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가?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번도 사귀어본적 없는 짝사랑도 첫사랑에 들어가려나....

전 그냥 첫사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기도 했었거든요.

첫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아마 그 아이가 5학년땐가 전학을 왔었을 겁니다.
그 존재를 까마득히 모르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죠.
그때는 그냥 철없는 장난하는 친구였어요.
아무 감정 없이.
(그때부터 였을까요.... 연애고자로 살기 시작한 것이....)

아 물론 전 그때부터 오늘의 유머를 메일로 받아보는 골수팬이었습니다.
그땐 오유가 저에게 아재개그를 전파해주던 메일링이었는데!!!

그때 장난쳤던 것 중에 제가 그 아이를 붙잡고
"난 망부석. 너 아무데도 못감."
한적이 있었어요.
주위에서는 '너 망부석이 뭔지는 아냐? 너가 쟤 좋아해서 평생 기다리는겨'
라고 했고 손 놓으면서 아니야 됐어 했죠.
그냥 장난이었는데 왜 그 장난을 쳤던 기억이 고등학교를 넘어 대학교에 입학하자 생각이 났을까요?
아직도 의문입니다.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하고 그 아이도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가까워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같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학년, 사건이 벌어집니다.
학년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죠.
'너 A랑 사귄다며?'
금시초문인 소문에 아니라고 학을 뗐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밀어붙이더군요.
스윙스가 익숙했던건 아마 그 친구들의 불도저 같은 성격을 먼저 접해서 였나 봅니다.

그 이후 자꾸 그런 소문이 퍼지고 저는 그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소문의 진상을 밝혔죠.
(나중에와서 생각해보지만 그 아이가 절 좋아했던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거 같아요. 그땐 정말 제가 봐도 매력없는 초딩, 중딩이어서.....)
그렇게 소문의 진상이 밝혀지고 아무도 그런 소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군요.
역시 진실은 당사자의 입에서 나와야 사라지나 봅니다.

그런데 그 이후 변화는 제게 생겼어요.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가고 궁금하고 뭐하나 보고싶고.
제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거죠.
단지 소문이었던 것이 저에게 사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이후 틈틈히 그 아이를 엿보기도 하고 애들을 통해 물어보기도 하고 뭐.....
그러다가 화이트데이였나. 로즈데이였나. 제가 그 아이에게 바구니를 선물한 적이 있었어요.
그것도 대놓고 반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었나 봅니다.
이래서 어린나이에 드라마를 보면 안되는 겁니다.
(어머니 제게 왜 그러셨나요...... M이 무서우면 보시지 말아야지 왜 절 데리고 같이 보셨는지..... 전설의 고향은 왜...ㅠㅠ)

그 당시에는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로맨틱한 이벤트긴 하죠.
주는 사람이 좀만 더 잘생겼었더라면.

그렇게 한두번의 이벤트가 지나가고 2학년.
드디어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이벤트 하나.
그때 선생님이 참 재밌으신 분이셔서 짝궁 정하는 걸 제비뽑기로 정했어요.
그 종이에는 유명한 단짝 커플의 이름이 써있었죠.
예를 들어 선녀 & 나무꾼, 견우 & 직녀.
전 몽룡을 골랐더랬죠.
그런데 그 친구는 춘향을 골랐습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렇게 그 친구와 짝꿍을 하고 좀더 친해지고 같이 지냈었죠.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가 전학을 가버렸습니다.
뭐 사정이야 어땠든 전학을 갔으니까요.
아직도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잘가라고 말하고 그 아이를 배웅 온 어머님도 뵈었죠.
(나중에 다시 뵈었는데...... 그 아이의 미래를 보고 온 기분이었어요. a.k.a. 타임머신)

그리고나서 한동안 연락이 뜸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는 휴대폰도 대중적이지 않았고
(물론 전 가지고 있었죠. 부모님께서 너 없어질까봐 걱정되신다고 사주셔서)
그나마 메일주소를 알아서 간간히 연락했어요.
메일주소도 한창 컴퓨터 교육이 유행이어서 컴퓨터수업하다가 이메일을 만들고 교환했죠.
추억의 한메일.
뭐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메일을 교환했었습니다.
아닌가... 1년에 한두번 이었던가.....

사실 전 어렸을 땝터 글쓰기나 연기, 노래 같은 것들에 저 흥미를 느꼈었어요.
중창단에 참여하여 금상도 타고 웅변이나 시, 소설 같은 것들을 자주 써서 상을 받곤 했죠.
그러던 어느날 제 심정의 변화가 옵니다.
정말 이 아이 아니면 안되겠다 생각한거죠.
네. 일찍 발랑 까졌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결론은 공부였습니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 좋은 직업을 갖고 그 아이와 결혼하는 것.
그게 최고의 행복이라 믿었어요.
그래서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제쳐두고 공부에 매진합니다.
말이 매진이니 그냥 공부한게 다였어요.
그나마 이해력이 빠른 편이라 공부가 쉬웠죠.
네. 자랑입니다.

그렇게 중학교가 지나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연락은 더 뜸해졌죠.
그나마 그 아이도 핸드폰을 가지게 되어서 번호를 교환했고 가끔 전화나 문자를 했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했죠. 많이 많이.
그 중에 한두번 정도는 한두시간 통화도 했고.

그러다 그 아이의 생일날 생일선물을 샀습니다.
거금 6만원짜리 하얀 목도리였죠. 생일이 겨울이라.
그리고 학교에서 조퇴를 합니다.
그 아이 학교에 찾아가려구요.
근데 버스를 잘못내려서 못전해줬습니다.
참 바보같았죠.
다시 돌아갔을 땐 이미 학교가 끝나있었고....
그 목도리는 제가 잘 하고 다닙니다.
제 모스트아이템이 되었죠.

뭐 그렇게 고등학교도 지나갑니다.
네. 별다른 사건 없이요.
그래도 왜 그 애가 좋았을까요.
대학을 가면 만날 수 있다는 희망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행복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었을까요.
고등학교 때도 그 생각에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3 대학 진학에 대한 상담을 했을때,
담임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죠.
'너 가고 싶은데 가라'
성적이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은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학가는데 지장가는 성적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수시는 제가 넣고 싶었던 좋은 학교에 다 넣었습니다.
네. 다 떨어졌죠.
그렇게 다 떨어지고 수능도 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죠.
재수에 대한 후회는 가끔하지만 그래도 큰 후회는 안했어요.
수능성적은 오르고 있었고 재수를 하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으리라 확신은 있었지만
집안에서 그걸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라는 확신이 없었죠.

그래서 대학을 결정하고 그 아이에게 연락 했습니다.
이대를 붙었다는 군요.
축하해줬어요.
근데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내가 자랑스러우려면 그래도 더 좋은 데를 갔어야 하는데.....

그리고 나서 다 말했습니다.
좋아했던 이야기, 대학을 왜 가려는지, 어떻게 공부했는지.
근데 지금 결과가 내 생각에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 친구는 아니라며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아참, 중고등학교때 고백 안해봤냐고요?
해봤죠.
많이 차였죠.
친구가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포기는 안했어요.
열번은 찍어보자.
그 열번째가 내 대학 붙고 나서가 될것이다!
라고요.

네. 안넘어 오더군요.
단단하기가 오동나무 뺨치는데

그렇게 모든걸 다 말하니까 눈물도 나고 슬퍼지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아랑곳 안하고 말했죠.
괜찮다고. 그래도 우리 친구 아니냐고.

제가 바보였던게 여기서 그냥 아름답게 묻어뒀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계속 연락을 이어갔어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그 아이와의 첫 술자리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때였나... 제가 머리깎기 전이었어요.
(아참 전 ROTC로 군대를 가서 딱히 공백이란게 없었습니다. 다른 군인들의 주적이라는 장교... 그냥 같은 또래인데 ㅠㅠ)

맥주와 소주 몇잔을 마셨는데 빨개지는 그 아이의 볼하며 얼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게 몇년전인데.....
신촌에서...
그래서 제가 신촌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그 아이와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도 꾸준히 연락했어요.
그리고 머리를 깎고 훈련도 가고 그 아이에게 편지도 받았죠.
그렇게 몇번의 만남과 상담을 가지며 대학교 4학년까지 지납니다.
그리고 군대에 가면서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죠.

축하해줬습니다.
그 아이의 첫 남자친구 였으니까요.
조언도 많이 해줬고.
그러나 그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이런 생각이 자리잡아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내가 되었으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 아이는 그 남자친구와 결혼했습니다.
그게 벌써 3년전이네요.

왜 그때 친절하게 상담해줬을까 후회도 들지만
지금은 아이까지 있는 아줌마가 되었네요.

물론 그 과정에서 저도 작은 만남도 가졌었고 다른 사람들도 몇번 만났죠.
그 아이도 그걸 알고 있었고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징크스를 깨보려
그 아이에게 첫사랑이 되지 않기위해 기다렸지만
그 아이의 첫사랑은 이루어졌네요.

뭐 후회는 없습니다. 
그 아이가 행복하니까요.

제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그 중간중간 다른 사람을 만났었던 것입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그 사람들에게 충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모두 그 아이를 닮은 사람들이었더군요.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와 닮은 사람을 찾았나 봅니다.

결혼식도 다녀왔어요. 참 바보같죠.
친구라는 명목으로 초대해줬어요.
그리고 청첩장을 주던 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본인 : 야, 넌 첫 연애가 결혼이 됐다? 안 억울하냐?
아이 : 그러게. 너 왜 그 수많은 날들을 날 혼자뒀냐?

네. 알아요. 제 착각이란거.
그래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게 제가 좀 덜 아프고 덜 아쉽고 덜 후회될거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있었구나. 만약 그때 기다리지 않았었다면.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지냅니다.
그 아이가 참 바보라서 제가 많은걸 알려주곤 해요.
잡지식이 상당한 편이라
결혼 이야기라던가 출산 이야기라던가 기타 등등

여기까지가 제 첫사랑이야기네요.
거진 16년간의 이야기네요.
내일 모레가 서른이라니...
시간이 참 빨라요.

지금까지 이런 첫사랑을 해왔던거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한가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역시 20살로 돌아가는거에요.
간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멋지게.

무튼 그렇게 첫사랑은 친구란 이름으로 남아 멋지게(라 쓰고 찌질하게라 읽는다.) 살아가고 있죠.

지금은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뒤늦은 공부에 혀도 비비 꼬면서 살다보니 이렇게 추억에 젖을 때가 많네요.
오유 연애게시판 때문도 있습니다.
(세상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 많은지..... 나도 아름답고 싶다 하아)

딱히 아름답지도, 재밌지도 않은 긴 첫사랑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낸답니다.
언젠가 저도 결혼을 하면 부부동반으로 여행도....?
ㅋㅋㅋㅋㅋ

지금은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찾는다 하지만 그냥 혼자가 편해요.
뭐 여자친구 없은지도 꽤 됐고.
(그동안 저도 짬짬히 인연들을 만들어 와서... 하하. 네 압니다. 이중적인거. 그래서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해요. 제 친구들도 소수의 친구들만 이 이야기의 전말을 알죠. 한두명 정도?)
언젠가는 최고의 마지막사랑을 찾을 수 있겠죠.

항상 마무리가 어렵네요.

이쁜 사랑 하세요. :-)
출처 제 인생입니다. :)
출처
보완
2016-08-14 16:05:24
0
지금은 저 아이는 첫사랑이라기 보다는 우정이 돈독한 옛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죠. 찾는다기 보다 기다린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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