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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6 15: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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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한 말로 전처 사진을 따로 모아둔 것까지는 이해합니다.
어떤 이유로 헤어졌던간에 사랑했던 사람이고 그래서 결혼까지 한 사이였으니 그 시간은 남편에게도 인생의 일부분이었을테니 사람에 따라서는 그 사진을 전처 사진이 아니라 전처가 있던 시기의 내사진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처 사진을 따로 남겨둔다고 해서 아직 전처를 사랑한다거나 못잊고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아쉬움, 미안함, 미움, 분노 혹은 여러 감정이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클겁니다.
2.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처 사진을 몰래 보관해두다가 작성자에게 들킨 것은 분명 실례입니다.
숨길 것이면 확실히 숨기고,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밝히고 작성자분께 알려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지라 감정을, 마음에 상처를 깨끗하게 지울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내보이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특히 자신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에게 다시 상처가 될것이란 것을 성인이라면 충분히 알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면 내보이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요리사가 방금 대변을 보고 왔다는 사실을 굳이 알고 싶어하는 손님은 없습니다. 요리사가 아무리 비누를 이용해 손을 깨끗히 했다 하여도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의 전 여친, 전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거나 내비쳤다면 그것은 분명 실례고 잘못입니다.
3. 실수, 나아가 실례나 잘못을 했을때 우선 해야할 것은 변명이 아니라 충분한 사과입니다. 충분한 사과는 피해자가 용서하는 순간이죠.
미처 못지웠다? 실수니까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작성자의 실수가 아니라 남편의 실수입니다. 나아가 실수가 아닐거라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입니다. 방구뀐놈이 성내는 거 아닙니다. 성숙한 성인이라면 자신의 실수, 잘못을 대면했을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상황을 대처하는 법입니다. 변명이나 사정설명은 최후에 해도 늦지않습니다.
4. 남편의 평소 언행, 작성자분 어머니 병간호 관련된 부분은 끔찍한 수준입니다.
첨언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끔찍한 이야기네요.
작성자분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사람은 모두 자기합리화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건 작건 말이죠. 그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기합리화는 감정적으로 도움이 될지언정 잘못된 선택을 잘한 선택으로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제 말은 작성자분의 결혼이 잘못된 선택이니 이혼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혼을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꾹 참고 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인내와 배려가 항상 미덕인 것은 아닙니다. 하루 이틀 볼 사이가 아니잖습니까? 부부라면 서로 맞추고 서로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