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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4 14: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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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공원 오랜만이다. 그치?
딸아이의 말에 jpark10은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 지는걸 느낀다.
어. 그러게. 이렇게 살기 바빠서야.. 허허.
아빠. 저기야 저기. 빨리 가자. 엄마가 기다리겠어.
9살 밖에 안된 딸이 힘을 짜내어 jpark10의 코트 소매를 잡아끈다.
그들은 공원 구석 작은 연못 옆에 있는 벤치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년 겨울 이맘때. jpark10은 사랑하는 아내를, 그의 딸아이는 엄마를 잃었다.
3년간의 암투병.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싸움에서 결국 그녀는 패하고 말았다.
그들의 구심점이자 모든 세계였던 그녀는, 그렇게 그들만을 이 세상에 남겨둔채
홀로 먼 길을 떠났다.
세상의 중심이 아직 이 세계에 남아 있을 때, 시간과 그녀의 건강이 허락할 때면,
그들은 어김없이 그 벤치를 찾았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셋이 꼭 끌어 안고, 아무말 없이 지는 태양을 바라 보는 것만큼 좋았던 것은 없었기에,
무엇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서로의 체온 그것 뿐이었다.
앗! 아빠. 저기 사람들이 벌써 앉아 있네..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뭐가 그리 좋은지 키득키득거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움과 실망감이 교차하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jpark10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
네? 남자가 말했다.
저..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른 벤치로 옮겨 주실수 있으신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jpark10은 황당해하는 남자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주며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했다.
딸아이가 오랜만에 엄마의 기억을 느낄 수 있게끔 배려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쪄죠? 그건 안 되겠습니다.
네?
저희가 먼저 여기 온건 분명한 사실이고, 양보라는건 강제가 아닌 선택사항이죠.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기..
아. 됐습니다. 제가 제일 경멸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타인의 배려를 강요하는 족속들이죠.
솔직히 그 쪽의 그 '딱한' 사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그만 가 주시죠.
jpark10은 자신의 뒤에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빠..어떡해..
어.. 오늘은 안 될것 같아. 우리 다음에 오자 다음에.
안 돼. 아빠 만날 일하느라 바쁘잖아. 오늘도 1년만에 온거잖아. 엄마 만나지도 않고 그냥 갈거야?
터져버린 눈물을 주체 못하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jpark10은 깊은 후회를 했다.
아.. 내가 그 때 그런 댓글만 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수도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