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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00: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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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판결이 많이 나오는 이유>
한국 대부분의 법과대학에서 노동법은 선택과목이다. 사법고시에 출제되지 않으니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래전, 사법연수원 노동법 세미나에서 몇 차례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첫날 근로기준법 강의를 마치고 평가회에서 연수원생 대표가 하는 말을 듣고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저희들이 뭔가 알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마세요. 강의 들은 연수원생 중 90% 이상이 근로기준법을 오늘 여기 와서 처음 접했을 겁니다.” 이제 곧 판·검사나 변호사가 될 사람들이었다. 사법연수원생 1000명 중에서 노동법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은 고작 수십명이었다. 그나마 노동법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기특한’ 연수원생 수십명 중에서 90% 이상이 노동법을 그날 처음 봤으니, 나머지 연수원생 900여 명은 노동법을 거의 구경도 못한 채 법조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양성된 판·검사들이 노동문제 사건을 올바른 사회법 관점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원초적 불능’에 가깝다. 노동문제 사건을 자신들이 지금껏 공부한 시민법 개념으로 판단하면서 그 잘못조차 모른다. 같은 사건이라도 시민법 관점으로 판단하느냐, 사회법 관점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파업은 헌법에 나온 권리(단체행동권)인데, 막상 파업하면 ‘손해배상’
헌법 제33조 노동3권을 초등학생 인문학 수준으로 설명하면 “노동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단결권), 한꺼번에 같이 요구하고(단체교섭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권리가 있다(단체행동권)”이다. 이렇게 막강한 권리도 흔치 않다. 그런데 법조인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그 ‘살벌한’ 권리를 노동자들에게 보장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다.
노동자가 헌법상의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사용해 파업을 함으로써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끼친 사건에 대해, 회사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법원이 노동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이상한 일이 법원에서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편향적 태도라고 보는 판·검사들이 많다. 헌법재판관조차 “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법률 제정 원리인 과잉보호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라는 생각에 갇히기 쉽다. 사회법 원리로 보자면 이렇게 엄정한 ‘중립’이 바로 ‘치우침’이다. 공부를 많이 한 판·검사들의 생각이 ‘듣보잡’ 노동자의 생각보다 못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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