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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1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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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도인가 96년도 인가 나훈아 콘서트에 아르바이트 간 적이 있었습니다.
콘서트 전 날이었을겁니다.
한참 플라스틱 의자를 나르고 의자를 닦고 있는 데 나훈아가 잠시 왔더군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뒷주머니에 체인을 달고 (속으로 주책이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남) 속된 말로 후까시를 잡으며 리허설은 아니고 단순히 마이크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단아한 한복을 입은 귀티나는 아주머니가 딸로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무대 뒤에 조금 떨어진 채로 큰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어요. 지나치며 둘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선생님이란 소리가 간혹 들려서 '아주머니 팬도 있구나.' 라며 신기해 했죠.
당시 남자 농구 여성 팬 (오빠 부대의 원조)은 흔했어도 아주머니 팬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90년대 중반은 가수의 이미지가 딴따라라 가수한테 선생님이란 표현을 쓴다는 것이 우습게 들렸습니다.
별건 아니고 첨 본 뒤 어느 덧 20년이 지나 저는 결혼하고 애도 생기고 배나온 40대 아저씨가 됐는 데
나훈아씨는 그 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20년전에도 새치있는 머리에 거친 턱수염이 있었음) 콘서트를 한다는 게 신기해서 기억나는 걸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