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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 05: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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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언젠가부터 짝사랑했던 7살 연상 오빠 한테 발렌타인 데이에 고백했어요. 마침 그 오빠 취직 문제도 해결됐으니 그냥 좋다고 고백했죠.
그리고 오빠가 그랬어요.
전 아직 고3이니 일단 수능이 끝나고 원하는 대학에 붙고나면 한번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 때는 자기가 고백할 테니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생각되면 받아달라고요.
자기는 은필찌 차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웃으며 말하더니, 일단 연애에 시간 보낼 생각하지 말고 공부부터 하고 오라고 했는데. 평소에는 친한 사람한테 장난 치기 좋아하고 실실 웃으며 다니던 사람이 왠일로 진지하게 말해줬는데.
꽤 좋은 곳에 취직한 기념으로 고등학교 시절 담임쌤 만났다가 친구들이랑 좀 논다고 했는데 교통사고로 죽었데요.
그 오빠한테 카톡 보내다가 답장 못받았는데, 그냥 놀기 좋아하던 오빠니까 친구 만나서 술이라도 먹나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평소에도 카톡 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던 오빠고, 저 할 일도 많아서요.
근데 어제 아침에 독서실 가려고 할 때 카톡에 답장을 안해준다고 엄마한테 투덜거리다가, 얼른 독서실이나 가라며 등 떠미는 엄마 반응이 이상해서 그 오빠네 잠깐 가봤는데 오빠네 아랫집 아줌마 한테 소식 듣고 그냥 멍했네요. 그 뒤로도 아줌마랑 뭔 얘기를 했는데 기억도 안나고요. 언제 죽었는지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안나요.
근데 죽엇다는데 눈물이 안나요. 근데요 진짜 근데 그 와중에 배는 고프더라요. 눈물 한 방울 안나오고 얼마 못잤는데도 진짜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데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밥 먹었는데 평소 처럼 소화도 잘 되고 너무 술술 잘 넘어갔고요.
그리고 그냥 오유에서 베오베 보는데 너무 재밌었고, 웃음도 잘 나오더라요. 또 공부는 오히려 평소 보다 잘 되고요. 평소에 안외워지던 영단어가 너무 술술 외워지고요.
제가 이러고 있으면서 그냥 되게 많이 이상하고 뭔가 좀 울렁이고 좀 슬프네요.
평소랑 다른 건 그냥 좀 멍하다는 거랑 피곤함이 안왔다는 거랑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데 진짜 그냥 너무 슬프네요 진짜 너무...
그냥 좀 잠이 안와서 썼어요. 근데 오늘 운이 안따라줄 모양인지 글도 한 번 날라갔네요. 전 오늘은 그냥 잠 포기하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움직이게요. 정 피곤하면 점심 때 쯤에 낮잠이라도 자면 되니까요.
다들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