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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9 11: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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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라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 인지발달이 이루어진 성인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요소예요. 이게 갖춰지지 않으면 나이 먹고 키만 컸지 속알맹이는 텅 빈, 공갈성인인 거고요. 실제로 문제가 해결됐는지 여부와는 관계 없어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합니다.
바쁘면 찾아보기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찾아보지 못해도 20~30년간 살아오며 가진 상식이 있습니다(이 상식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상식을 갖춘 성인이라면 원글쓴님의 글과 댓글같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애 이겨먹고 놀리는 건 뭐 그렇다 쳐도 칭찬도 하지 않고 눈은 핸드폰에 있고, 이건 노력도 하지 않고 노력할 생각도 없는게 너무나 눈에 보이잖아요.
저희 엄마가 원댓글의 엄마같은 분이었는데요, 저 어릴 적, 저 중학생때 까지는 아빠가 많이 바빠서 엄청 늦게 들어오시곤 했어요. 그리고 거실에서 TV보면서 방 안에 있는 절 불러서 물 떠오라고 시키는 성격이시라ㅡㅡ 좀 어려운 분이었죠.
저희 엄마는 저 초딩때 이렇게 하셨습니다. 아빠가 돌아오실 시간에 저랑 오빠가 자고 있으면 굳이 깨우진 않았지만 자고 있지 않으면 항상 문앞까지 나가서 문 열어드리고 다녀오셨냐고 인사하게 하고, 아빠와 오늘은 몇 시에 들어온다는 통화할 때는 끝에 항상 저와 오빠를 불러 아빠와 짧게라도 대화를 하게 한 후 전화를 끊게 하셨습니다. 용돈 받을 땐 항상 아빠가 주게 하셨어요. 아빠는 우리를 위해 늦게까지 고생하시는 거라고 세뇌(?)에 가깝게 교육하셨고, 아빠가 집에서 저녁드시는 날엔 아무리 배고파도 먹지 않고 기다리기(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배고프면 간식을 먹게 해서까지 기다리게 하심) 등등
엄마가 이렇게 아빠에 대해 교육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초딩은 엄마가 시키니까 하지, 아무 생각이 없어요. 하라니까 할 뿐. 아빠란 사람에 대해 알질 못하니까요. 얼굴 하루에 10분도 못 보니... 그리고 저희 아빠는 주말에 시간이 나도 주무시거나 본인 취미생활을 하셨지, 자식과 놀아준 적은 없습니다(지금은 후회하신다고 합니다ㅋㅋ)
그런데도 다 큰 지금은 손잡고 아빠랑 둘이서 영화 보러 가기도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엄마가 중재했기 때문이 아니에요. 아빠 마음이 열려있다는게 어린 나이에도 느껴졌고, 아빠가 나름대로 노력하셨기 때문이에요. 초등학교 방학때마다 공부에 도움되라고 부여, 경주, 갯벌체험, 제철소 견학 등등 여행을 다녀왔고, 이땐 저희들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고 사랑을 주시고 가족을 위해 충실하셨습니다. 아빤 자주 보지 못하지만 볼 때는 좋은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춘기에도 아빠가 서먹서먹하진 않았어요. 좀 무섭긴 했지만.
그리고 일단 저희 아빤 주양육자인 엄마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셨습니다ㅋㅋ 엄마가 눈치주면 생선살 발라서 숟가락 위에 얹혀주기도 하셨고요,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봐주기도 하셨고요, 바쁘셔서 이런 이벤트가 분기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 길어졌는데, 결국 아빠 문제는 아빠가 해결해야 합니다. 엄마는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해결을 해줄 수는 없어요. 바쁘다 모른다는 것도 다 핑계예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