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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02: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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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시는 걸 보니 왜 오답인 지 아시면서 그냥 농담으로 하신 말씀인 걸 알겠습니다만 괜히 진지하게 오지랖을 부려 보자면, 그 문장에서는 작성자가 제시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제시어가 의미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호응하는 단어나 표현이 사용되었는지는 고사하고 제시어의 품사가 무엇인지조차 드러나지 않는 문장이니까요.
좀 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면 눈물 뒤에 찾아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제시어를 의미와 용례, 문법에 맞게 사용하였으며 제시어와 호응하는 동사를 사용하였으므로 정답.
"그 영화를 봤더니 눈물이 나고 카타르시스가 생겼다."
-제시어의 의미를 이해하였고 제시어가 명사임을 알았으나, 제시어와 호응하지 않는 동사를 사용하였으므로 오답.
"나는 슬픈 영화를 보고 카타르시스했다."
-제시어의 의미를 이해하였으나, 제시어를 문법적으로 잘못 사용하였으므로 오답. (제시어가 외래어다 보니 제시어의 '품사를 틀리는' 경우는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그 영화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제시어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단어가 주로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되는 지에는 부합하니 이 정도면 웬만해선 정답으로 처리될 겁니다. (이 정도도 얄짤없이 오답 때릴 것만 같은 국문과 교수도 만나 본 바 있습니다만…)
"카타르시스란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을 의미한다."
-음… 이런 건… 제시어의 의미가 무엇인 지는 너무나도 정확히 드러나고, 제시어의 품사가 명사라는 것도 나타나지만 실제 용례가 반영되지 않았고… 그 전에 직접 작문을 하지 않고 사전을 베꼈다는 이유로 0점 처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