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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04: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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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10월 21일에 남자친구로부터 꽃신을 받은 여자입니다.
저도 그 친구 입소하는 곳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도 모자라 3일 밤낮을 밥먹다 찔끔, 책보다 찔끔, 걸음걸음 울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글쓴님도 한동안 슬프시겠지만 내 사랑이 이렇게 굳건하구만 하고 받아들여주세요.
글쓴님이 슬픈만큼 글쓴님의 옆지기도 슬플거에요.
어줍잖은 위로 맞아요..ㅋㅋ 말이 쉽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슬프시면 우셔도 괜찮으니까 조금씩 나아질 것라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더 힘든 사랑을 하고 계시는 분 앞에서 뭐라 위로를 드리는 게 어렵습니다만,
고단한 시간도 차곡이 흐른다는 것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쳐보내지 말고 모든 순간을 사랑하신다면, 고단할지언정 의미없는 시간은 없을 거에요.
저 같이 마음 약한 사람도 여러 계절동안 지치지 않고 사랑해 내었습니다.
글쓴님의 연애는 힘든 조건에서 피어난 더 굳센 사랑이니, 이정도 시련은 거뜬 하실 거에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곰신들이 모인 카페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해보시는 걸 권유해요.
사람이 우습게도 자기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공간에서 위안을 얻더라구요.
저는 꾸준히 써서 보냈던 편지들이 가장 힘이 됬었어요.
연락이 안되는 새에 엉키고 꼬이고 침잠해버린 감정들을 정리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더라구요.
어떤 연애건 대화가, 혹은 버금가는 소통이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제게 꽃신을 주었던 친구는 지금도 제 옆지기에요.
100커플 중에 1커플이 꽃신을 신는다더라는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글쓴님이 꽃신(남자도 꽃무늬 신발 신을 수 있잖아요?ㅋㅋ)을 신었던 것 자체만큼이나,
서로를 믿고 충분히 애정하고,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이었던,
저희의 좋은 연애의 기운을 드릴게요.
글쓴님의 애인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 건강하게 전역할 거에요
아마도 그 옆자리엔 더 깊어진 사랑을 받고 있는 글쓴님이 계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