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
2017-06-17 17:51:46
9
가끔 목소리 좋은 사람들더러 '성우나 되라'고 말하는 걸 종종 본다. 하지만 성우란 목소리가 좋아서 하는게 아니다. 성우란 말 그대로 소리의 배우이다. 따라서 뛰어난 연기력과 세밀한 인물분석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왕성한 발성을 위해 남다른 신체조건을 가져야 하며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하기위해 국어공부도 엄청 해야한다. 그런데 뭇 연기지망생들은 얼굴이나 행동이 보이지 않아 성우의 연기가 일반연기보다 더 쉬울거란 착각을 한다. 사실은 오히려 정 반대다. 일반 연기자들은 무대, 의상, 소품, 조명, 표정, 행동 등 모든 시각적 요소를 동원해 상황을 묘사하지만 성우는 오직 소리 하나만으로 위의 모든것을 표현해야 한다. 일반연기보다 성우들의 연기가 몇곱절 더 어려운것이다. 특수음향효과 하나도 없이 등장인물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까지 느껴지는 그런 고난이도의 성우연기를 들어본적 있는지... 난 성우지망생중 한명으로써 성우란 직업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귀를 잡아당겨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건국이래 사법고시 패스한 사람보다 성우공채시험 합격한 사람 수가 훨씬 적다는것을... 각 방송사 마다 몇년만에 한번 하기도 하는 3~4명 뽑는 공채에 남녀 합해 기본적으로 1000여명씩, 많게는 3000명 까지도 몰린다. 그들이 모두 '심심한데 공채나 볼까?' 하거나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가 '야~ 총각 목소리 좋은데 성우나 해봐!' 하는 말 듣고 와서 시험보는 그런 어중이 떠중이들인 줄 아나? 몇년을 투자해 다듬고 훈련해 온 전국의 내로라 하는 소리꾼들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공채 한번에 그렇게 몰려드는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이나 고시이든 이러한 경쟁률이 있는가. 나의 꿈은 성우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꿈을 우습게 보면 화가난다. 난 실력있고 멋진 성우가 되겠다. 그리하여 성우를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버리겠다.
오버워치 루시우 성우가 12년 전 성우지망생 시절에 쓴 글
http://m.dcinside.com/view.php?id=radio_actor&no=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