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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6 02: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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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군인이시라 주변에 군인들 많이 보고 통화 하는 것도 조금씩 듣게 됩니다.
성 관계 없이 참 군인은 묵묵히 제 할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버지께서 상관으로서 잘 된 일을 칭찬할 때, 잘못된 일을 지적할때, 수고했다고 뭐라도 사먹으라고 말씀하실때, 일이 잘못되어서 크게 화를 내실 때 수화기 건너편에는 군기가 바짝 든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일 잘하는 부하 만났다고, 신경써서 뭔가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 중에는 언제나 그 여군 분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철이 들지 않은 저를 가르치면서 바른 생활의 예시를 들때 또한 그분이 거론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버지께서 적지 않은 나이를 드셨음에도 장성 분들과 통화할 때, 신병처럼 긴장된 목소리로 통화하시는 것을 보며 군인이라는 길이 정말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군인의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작성자님 또한 군인의 길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입니다. 어쩔 때는 왜 나만 구박 받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구박은 단지 심술이 아니라 상관이 자신이 옳은 군인으로 성장했으면 해서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잘못된 일에 참지만 마세요. 군 내에 감찰이나 헌병 복무하시는 분 중에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잘못된 일을 가만 두지 않으려 하시고, 군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 고민하시는 분들입니다. 계속 상담하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작성자님과 같은 이유를 대면서 늦은 나이에 심리학 석사를 공부하시고, 결국은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군인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셨으니 이미 참 군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말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작성자님 부디 나아가시는 길에 행복이 깃들기 바라요. 언젠가 군인되어 나라 위해 헌신하시는 날 오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