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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6: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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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막 내리다가
좁디좁은 차량과 플랫폼 사이 10센치 남짓한 틈을 보다가
네 생각이 난다
이름도 모르고 술 한잔 기울인 적 없지만,
지방법원이 위치한 그 역사에서,
인생의 마지막은 가족들 품도 아니고 병실도 아니고 좁은 틈이었다.
어린 학생들은 책상과 걸상의 30센치 남짓한 틈에 끼여서
노동자들은 높은 집값과 물가에 끼여서
직장인들은 적은 시급과 야근에 끼어서
이 나라는 주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망자여 다음 생엔 살아서 웃으며 만납시다
오늘도 햇볕이 무심히 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