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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2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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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는 내내 눈물이 나네요. 저희 할머니도 문맹으로 80여년을 살아오셨어요. 할머니가 글을 몰라 겪는 불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자라며, 글을 모른다는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어렴풋이 가늠해보곤했습니다.ㅠㅠ
기억력이 비상하시고 손재주도 좋으시고 무엇이든 만능인 저희 할머니는, 제가 한글을 깨우칠 무렵부터 멋쩍은 표정으로 이게 뭐라고 써있는 거냐고 종종 묻곤 하셨어요. 그리고.. 가난해서 학교를 못가셨는데 동네에 학교다니는 친구 책보를 몰래 어깨에 감아보셨던 어릴 적 옛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지요.
본인 이름 석자를 동그라미 위치, 작대기 위치로 외워서 식별하시는, 글을 몰라 평생 반쪽 눈으로만 세상을 읽으며 살아오신 우리 할머니의 아픈 세월이 오버랩되어 더욱 더 가슴이 시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