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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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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네요
저는 서른살먹은 애엄마입니다. 아빠가 만든 마음의 상처, 아직까지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저희 아버지가 저런스타일이세요
술 드시고 오시면 개가 되고 저 보는 앞에서 엄마 때리기도 하고 술먹고 아무이유없이 저 때리고 집에 있는 똥개도 반쯤 죽여놓고 그랬거든요
누굴 안때리는 날에는 부엌에서 칼들고 나죽고 너죽자며 죽어버릴꺼라고 협박하고요. 술먹고 집에와서는 엄마랑 싸우다가 그냥 죽어버릴거라고 농약도 드신적 있어요. 응급실 가셨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 없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일기장에 오늘도 아빠가 개를 때렸다고 엄청 디테일하게 적은 일기도 있네요. 담임선생님께서 우주탐사중(저) 아빠 일 말고 우주탐사중의 일을 일기에 적어주세요. 라고 첨삭하셨는데, 첨삭하시면서 얼마나 당황하셨을지..;;;
암튼 그래놓으니깐 엄마는 저랑 동생 생각에 아빠랑 같이 산다는둥 그랬는데, 저는 말도안된다 생각하구 집꼬라지가 보기가 싫어가지고 고등학교때부터 나와살았어요.
제가 대학들어가서 학교내 심리상담 받기 전까지는 워낙 저러고 살았으니깐 우울감, 기죽음 등이 당연하고 너무도 익숙했고 그렇게 지내왔던것 같아요. 왜 나만 이렇지 남들은 다 행복하게 잘 사는데 싶어서 엄청 자격지심도 갖고, 우울감을 내뿜고 살았네요.
상담 받으면서 저 자신이 이렇구나 알아가고 나서야 아빠는 그런 사람이니깐..하고 받아들이고, 그냥 아빠라는 사람은 고쳐지지 않겠구나 포기하고 체념해버리는게 가능해지고 저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주말마다 1박2일로 집에 갔었는데 평소에 그렇게 큰딸이 최고라고 아빠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술은 드시고 때때로는 저 잠들때까지 안오시고 그랬어요. (주말알바때는 평일에 하루 잠깐 시간내서 잠만자고 왔네요. 통학이 가능한 거리였지만 집이 너무 싫어서 학교앞 고시원에 살았습니다.)
하루는 술깬 아침에 엄마가 아빠더러 당신이 하도 술을 먹고 집에오니깐 애가 정신상담 다닌다 그니깐 술 작작좀 마셔라 했었죠
그러고 한동안은 술을 작작 드시긴 했어요.
그러나 잊을만하면 한번씩 죽어버릴거다 하고, 쉽게 고쳐지지 않아요.
몇년 전에 또 농약 들고오셔서 먹고 죽을거라 그래서 외면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네요
정말 나쁜생각이지만 그땐 그냥 먹고 죽어버렸으면 했어요. 아빠 포함해서는 행복한 가정이 되기는 글러먹은것 같으니깐.
이제는 나이가 있으시고 술을 하도드셔서 잇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아주약간 작작 드시는것 같지만, 그러는 동안 이미 엄마도 술꾼이 되셨고 가족들 다 상처받았어요.
엄마는 하도 맺힌게 많으시니 술로 푸시는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아빠가 엄마를 대하듯이 제가 엄마를 막 대하는 모습도 가끔씩 있었어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제가 아빠같은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굉장히 자괴감 들었었어요. 제 술버릇도 아빠처럼 사람때리고 그렇다는걸 알고는 술도 맥주 한두잔정도만 먹고 거의 안마시게 되었네요.
가족구성원 중 하나가 가진 나쁜 기운은 가족 전체에 전파되게 되어있어요. 저희아버지야 이제 나이먹고나니 사위 볼 면목없는일 만들면 안되니깐 좀 자제하시고 있고 제가 어르고 달래서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믿을수는 없어요. 잊을만하면 또 농약 드실지도 모르니깐요) 개선 가능성이 없어보인다면 그냥 가족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아 그리고 연애때도 사랑을 받는 법이나 하는법을 집에서 제대로 익힐수가 없었고 저를 막 대하는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제대로된 연애를 하기 어려웠었어요.
상담받고 좀 나아진 후 지금의 신랑을 만나서 긍정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지만 그전 연애는 너가 싫어서 그만만나고 싶다고 해도 막 대해도 되니깐 떠나지 말아달라고 붙잡고 그랬었네요. 지금 신랑과의 연애시절 다툼이 있던 적에 내가 밉냐고 저 자신을 깎아내린적이 한 번 있었는데 신랑이 너 자신을 막 대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이게 20년 넘게 그런 분위기에 살다보니깐 안 그러려고해도 한번씩은 무의식중에 튀어나와요.
좀 많이 주저리거렸는데,
글쓴분이나 아이들 모두 우울한 기분에 더이상 익숙해지시지 않으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