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고백 이후, 우리는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깊은 삶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지하철에서의 짧은 만남은 이제 긴 산책, 영화관의 어두운 좌석, 카페에서의 잔잔한 대화로 이어졌다. 그녀와의 대화는 내게 새로운 통찰을 주었고, 그녀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의 만남은 지하철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서로의 삶으로 넓혀져 갔다. 그녀와 나는 책을 매개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세계를 공유했다. 우리의 관계는 책장을 넘기듯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매일같이 지하철에서 마주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주 만났고, 가끔은 지하철에서도 인사를 나눴다. 우리의 만남은 책을 넘어 음식과 서점에서의 시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나에게 고백했다. 처음 나를 본 순간부터 좋아했다고, 낯가림이 심한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이었는지 말해주었다. 나 역시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내 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한 주일 간의 고민 끝에 나는 그녀에게 연락했고, 그녀는 반가워하며 다음날 만나자고 했다. 다음날 우연히 같은 지하철에서 마주쳤고, 미리 정해진 장소가 아닌 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도 책을 교환하는지 물었고, 그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 말에 나는 살짝 설렜고, 카페에서의 대화도 즐거웠다.
그녀 역시 나를 알아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는지 놀란 눈치였다. 우리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녀가 나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자주 읽는 것을 보았다고, 이슬아의 책이 재미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고,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시집을 꺼내며 이슬아의 책을 교환해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녀가 내리면서 나에게 그녀의 번호가 적힌 책을 남겨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있을 때, 그녀가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척 책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그녀가 바로 옆에 있었다. 내 안에 쌓여 있던 그녀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폭발하면서, 내 입에서는 저절로 반가운 인사가 터져 나왔다.
3시의 지하철은 언제나 그랬듯이 붐볐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녀는 찾기 쉬웠다. 유럽의 지하철에서 마주쳤을 법한 그 여자는 오늘도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스타일은 21세기의 지성을 닮은 듯, 세련되면서도 단순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제 나도 책을 한 권 들고 다녔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와의 조용한 경쟁에 푹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