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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0 09: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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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을 IS에 비유한 것에 대해 격분한 트페미들에게
전우용 교수님의 참교육.
( https://twitter.com/histopian/status/756649991263825920 )
1. 고려가 망한지 600년이 넘었지만 한국인은 외국에선 스스로 ‘코리안’이라고 소개해야 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인도와는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인디언’입니다. 한국인도 아메리칸을 미국인이라 부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는 않습니다.
2.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역사의 저울추가 서방으로 기운 뒤의 세계가 발견하는 자와 발견당하는 자, 호명하는 자와 호명당하는 자, 규정하는 자와 규정되는 자,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로 나뉨으로써 전개된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3. 그는 페미니즘이 발전시켜 온 방법을 서구와 오리엔트 사이의 관계에 적용했습니다. 지도자, 계몽자, 보호자로 스스로를 표상하면서 억압과 수탈을 자행했던 서구와 그 서구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 억압과 수탈을 감수하며 자신을 부정했던 오리엔트.
4. 사이드에 따르면, 지난 수백 년 간 오리엔트인들은 서구인의 눈으로 자기를 보고, 서구인의 언어로 자기를 설명하며, 서구의 기준에 맞춰 자기 삶을 조직해야 했습니다. 그는 현존 세계 질서가 얼마나 부당하고 불공평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5. ‘나의 눈으로 보고 나의 언어로 말하며 나의 가치대로 살겠다’는 건 아랍민족주의를 포함해 제3세계 민족주의가 대체로 공유하는 지향입니다. 언젠가는 서구와 오리엔트가 동등하게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거죠.
6. 그런데 그 중에는 자신의 종교, 문화, 가치만을 ‘절대선’으로 설정하고, 악이 선을 모욕하고 억압하는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주의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공존을 거부하고 복수를 원합니다.
7. “무슬림이 절대선이다. 무슬림을 착취하고 능욕하고 조롱하는 서구인들이야말로 절대악이다.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신의 뜻에 합치한다.” 아랍민족주의자들 중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8..아랍민족주의의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IS 때문에 자기들의 대의가 손상된다고 보는 그룹이 있고, “아랍에 대해 왜곡된 관념을 가진 자는 IS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IS의 정당성 여부는 아랍인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그룹도 있습니다.
9. “극단적 민족주의도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파시즘도 보수주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이념이든 극단주의를 끌어안는 순간, “절대선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도 정당하다”고 믿는 광기에 감염됩니다.
10. 메갈을 IS에 비유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 저는 ‘노선’을 비유했지 ‘방법’을 비유하지 않았습니다. 노선이 정당해도 방법이 부당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메갈의 노선은 일베와 전혀 다르고, 방법은 IS와 전혀 다릅니다.
11. 써놓고 보니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이해할 수준이라면, '메갈을 IS에 비유했다'고 흥분하진 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