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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3 02: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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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ㄴ...에서 제목 쓰기를 멈추었다. 목구멍에서 소주 냄새가 목젖을 치고 올라온다. 이 까짓 알콜 주제에 내 단단한 이성을 넘볼까보냐..! 하지만 결국 내 몸은 화장실로 가서 위장 안에 쌓아놨던 온갖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으으으..."
내 몸뚱아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허약했던가? 아마도 몸의 반응을 묵살한 어리석은 내 감정 때문이겠지..하면서도 시위를 떠난 내 몸은 가뭄에 물을 퍼올리는 펌프처럼 끝없이 내 속을 퍼올리기만 할 뿐이었다.
한차례 총탄없는 전쟁을 치루고서 그나마 든 정신에 폰을 바라보니 오ㄴ이라는 제목만이 게시판에 올려져있다.
오ㄴ..? 오늘이라는 건가?
그래...오늘? 아니 어제밤에 듣던 말이 떠오른다.
더 이상은 날 못보겠단 그녀의 말이,완곡하게 표현했어도 헤어지자는 묵직한 탄환이 내 가슴에 사정없이 꽂히던 그 순간을..!
댓글에는 갖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오늘 차였나,오늘 직장에서 사직 통보를 받았나, 아님 소중한 이를 떠나보냈나.....
사실 사랑하던 이와 헤어진것이지만 이 커뮤니티 특성상 위로를 해주면서 뒤로는 기뻐할게 틀림없다. 오죽하면 asky가 대표말이겠는가..!
물론 위로의 댓글은 달리겠지만서도 내가 헤어져서 이런 실수의 게시글을 달았다는 것만은 저들이 알아서는 안된다.
난 일부러 밝은척을 한다.
난 일부러 위트있는 척을 한다.
술김에 이런 게시글을 달았다라는 댓글도 달아볼까 하지만 저들의 상상력에 먹힐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난 오늘 헤어졌어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안헤어지고 실수로 이 게시글을 올렸다는..적어도 저들에게는 먹잇감을 주지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난 상처입었어도 강인한 수컷이 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