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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0 01: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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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그렇군요. 이 기사님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알파고가 중후반에 실수를 한 번 했는데, 이게 철저히 계산된 듯하다는 평가에요. 보시면서 동의하십니까?
◆이다혜> 이게 사실이면 좀 무섭다고 생각이 되고요. 제가 검토를 해보았는데요, 처음에 보았을 땐 이것은 이상한 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국이 끝난 후에 계속 검토를 해보다 보니 그 수가 이 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없애는 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보기에는, 감정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수는 이상한 수가 맞는데요.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보자면 그 수를 둠으로써 나는 이 바둑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두었던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최영일> 그게 몇 번째 어떤 수였나요?
◆이다혜> 중앙 쪽의 100이 굳이 안 지켜도 되는 곳을 지켰거든요. 80번째인데요. 그 수가 사실 기사들이 보기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수였는데, 지나고 나니까 오히려 그 수 때문에 바둑을 쉽게 이겼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