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굴띠굴
우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 가지 기준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순 없어요.
'기승전결'이 하나의 미적 기준이 될 순 있지만 그 기준 만으로 모든 아름다움을 설명한 순 없지요.
어떤 작품에선 '기승전결'이 분명한 것이 아름다움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작품에선 '기승전결' 없이도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불필요하고 오히려 그것까지 더해지면 되려 과해지는 작품도 상상할 수 있겠네요.
간단한 예로 위 그림은 이미 인터넷에선 유명한 어린 자폐아이의 작품인데요.
저 작품은 모든 미적 기준을 다 충족 시키진 못하겠지만, 저는 저 색감만 봐도 충분히 아름답고 이미 완성됐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홍찬미양의 경우는 Free loop이라는 유명한 곡을 부른 것이라 곡 자체는 심사의 기준이 아니었죠.
거의 순수 보컬만으로 심사 됐다고 봅니다. 피아노는 치셨는데 피아노는 노래를 위한 반주 정도로 쓰였네요. 편곡이랄 것도 없었구요.
그래서 홍찬미양은 목소리와 노래실력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그 목소리와 노래가 두 심사의원에게는 큰 임펙트가 없었나 봅니다.
이와 달리 이진아양은 자작곡입니다.
당연히 직접 만든 멜로디와 곡도 심사의 기준이 되지요. 물론 보컬도요.
그런데 그 곡이, 멜로디가 어마무시한 것이라 보컬이 조금 어눌해도 가창력이 부족해도 이미 충분히 완성된 아름다움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심사의원들도 가창력을 칭찬한 것은 없을 거에요. 부족한 가창력으로도 저렇게 아름답게 들리는 곡 자체를 대단하다고 평가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이진아양이 본인이 만든 곡이 아니라 Free Loop를 편곡없이 반주하며 노래를 했다면?
아마 홍찬미양보다 더한 악평을 들었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노랫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도 있습니다.
가사 없는 음악들 많잖아요. 클래식 재즈 일렉 등등 셀 수 도 없죠.
이진아양이 극찬 받는 이유는 그 멜로디의 힘이라고 봅니다.
곡을 듣다보면 굉장히 특이한 목소리가 묘하게 어울리게 들리기까지 하니까요ㅎㅎ
물론 그 곡과 멜로디가 '그냥 피아노 치며 흥얼거리는 습작 수준'이라고 느끼신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네요. 음악은 개인취향을 반영합니다ㅎㅎ
제 취향으로는 유희열씨 말대로 최근 나온 토이 앨범들 보다도 작곡 쪽으로 더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첫 전주부터 이미 마음이 뺏겼으니까요.
처음 예로 들었던 미술 작품으로 마무리 하자면,
제게는 너무도 아름다운 저 색감과 묘한 긴장감을 주는 저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물감을 흩뿌진 장난이나 습작처럼 느껴질 수 도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홍찬미양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고요. 이진아양의 음악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