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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01: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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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야 잘가
지금 내 옆에서 힘차게 쳇바퀴를 굴리는 친구와 꼭 닮았구나
저는 햄스터를 10년째 키우고 있어요
그동안 제 곁을 스쳐간 많은 햄스터들이 아직까지 생각나요
고등학교 다닐 때 누군가 우연찮게 넘겨준 갈색 골든햄스터가 시작이었죠
그렇게 큰 햄스터는 처음 봤어요
너무 커져서 무섭기도 했는데 표정이 잘 보이고 덩치값 못할 정도로 순한 모습에 푹 빠졌어요
새로 산 간식이랑 사료를 맛있게 잘 먹어주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고
어떻게 키우는지도 잘 몰라서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였죠
가끔은 쳇바퀴 소리로도 모자라서 개조리빙박스 뚜껑에 거꾸로 매달려서 잠을 설치게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 소음이 없으면 너무 허전해요
불 끄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방에서 달달달 돌아가는 쳇바퀴 소리 들으면서 자는게 제 낛이에요
덩치는 작지만 그 누구보다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줘요
날 믿고 내 손에 올라와줘서 고마워
날 믿고 내가 내미는 음식 받아먹어줘서 고마워
너도 나만큼 행복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