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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22: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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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아이는 8살, 한창 놀고싶을 나이.
소풍가자는 아이를 달래며 통학버스에 태웁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기진맥진한 남자는 냉장고를 열어 미지근한 맥주를 꺼냅니다.
아이의 엄마는 얼마전 암으로 떠나버렸고 지난 몇년간의 병원비로 남은것은 빚뿐입니다.
몰려오는 우울감을 뒤로하고 아이만이라도 잘 키워보려 남자는 다짐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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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는 깜빡 잠이 든 모양입니다.
시계를 보니 학교에서 아이를 데려올 시간이네요.
아이의 학교는 하교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나 봐요.
하지만 차를 몰아 도착한 학교에 아이는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어두운 침묵뿐.
아이가 가 있을만한 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보고 찾으면 연락해 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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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렇게나 빨리 연락이 오다니!
남자는 가쁜 숨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속 목소리는 여자인 듯 합니다. 하지만 결코 남자가 원하는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와 몸값. 하지만 이제 그에겐 둘 중 어느것도 없습니다........만, 그녀의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합니다. 아! 옆집 케티! 몇번 아이를 돌봐준 적이 있습니다. 남자는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립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누릅니다. 이윽고 놀란 얼굴로 그녀가 나옵니다. 만류하는 그녀를 밀치며 집안으로 들어가보지만 아이는 없습니다. 흥분해서 판단이 흐려진걸까요? 그녀에게 사과하고 나오려는 순간, 남자의 눈에 들어온것은 아이의 가방입니다.
흔들리는 초점으로 그것을 쳐다보는 남자에게
그녀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처음부터 그냥 돈을 줬으면 좋았잖아.
아이는 이제 여기 없어.
이성을 잃은 남자는 그녀를 묶고 아이의 위치를 묻습니다. 여러 고문을 하고 애원을 해보아도 돌아오는것은 아이의 위치가 아닌 소름끼치는 웃음뿐입니다.
여러차례의 고문 끝에 그녀는 정신을 잃습니다.
이렇게 쓰러지면 아이의 위치를 알 수 없기에
남자는 급하게 여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여자는 응급실로 이송되고 남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기도합니다.
여자가 깨어나기를. 아이를 돌려주기를. 그리고 아이가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