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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8: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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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26710
국립 국어원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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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하신 부분과 관련하여 '내일'의 어원 정보를 제시해 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따르면 '후제'가 '내일'을 뜻하는 어휘로 추정됩니다. '후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뒷날의 어느 때"라는 뜻의 명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내일'의 어원>
‘내일(來日)’의 15세기 어형은 ‘’이다. 물론 15세기에 ‘’과 형태가 비슷한 ‘’도 보인다. 15세기의 ‘’이 16세기에 ‘일’로 변하고 ‘일’이 근대국어 시기에 ‘내일’로 변하여 지금에 이른다. 15세기의 ‘, ’은 한자어 ‘來日’에서 온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고유어처럼 쓰고 있는 ‘내일’은 한자어 ‘來日’인 것이다. 그렇다고 ‘來日’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른 시기에 한자어 ‘來日’에 밀려나 사라진 것뿐이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 ‘明日曰轄載(명일왈할재)’라 보이는 ‘轄載(할재)’가 ‘來日’에 대한 우리 고유어로 추정된다. 그런데 ‘轄載(할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르다. 지금까지 이를 ‘*앞제, *올제, *제, *하제, *후제, *흐제, *제’ 등으로 다양하게 읽어 왔다. 이 가운데에서는 ‘*흐제’로 읽는 것이 믿을 만하다. 이 ‘*흐제’가 ‘후제’로 변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송강가사’,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1608), <한영자전>(1897) 등에 보이는 ‘후제’가 ‘*흐제’의 후대 형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에 보이는 ‘후제’가 ‘明日’의 뜻이 아니라 ‘뒷날의 어느 때’ 즉 ‘후일(後日)’의 뜻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제’의 ‘후’를 한자 ‘後’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흐제’에 의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흐제’로부터 ‘후제’가 나왔다는 설명은 어렵게 된다. ‘*흐제’는 ‘체’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1877)에 ‘뒤에, 나중에’라는 의미의 ‘후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후체’의 ‘체’가 ‘제’의 변화형이 아니라면 ‘*흐제’로부터 단음절화한 ‘체’일 가능성이 있다. ‘*흐제’가 ‘체’로 변한 뒤에 ‘체’의 단어 세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한자어 ‘내일(來日)’의 견제력 때문으로 이해된다. ‘흐제’가 ‘체’로 변하면서 유연성(有緣性)이 상실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또 발음하기에도 불편하였을 것이므로 한자어 ‘내일(來日)’과의 유의 경쟁에서 불리하였을 것이다. 그 결과가 단어 소실로 나타난 것인데, 언제 단어가 소실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제, 어제, 오늘, 내일, 모레’ 등과 같은 시간 계열어 중에서 ‘내일’만 한자어인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다.
*고어가 포함되어 있어 한글 문서로도 덧붙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