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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2: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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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이 가고,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거대한 바위를 넘었다. 바위를 넘으니 가시 밭이요, 상처를 안고 계속해서 산을 향해 걸어간다.
나그네 인생길의 여정에서 나는 또 다시 현재의 순간에 서있다.
작고 모난 수많은 돌들을 밟고 지나온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지나온 후에야 많은 길을 돌아갔음을 깨닫는다.
나의 직관대로 모든 길들을 기어코 가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는다.
숨 가쁘게 아둥바둥 했던 시간들, 수 많은 모순과 장단과 괴리의 순간들, 벌레 같이 느껴졌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들, 비, 바람, 웅덩이, 수풀을 지나며 몸과 마음이 헤지고 나서야 방향이 보인다.
정상이 아닌 큰 바위 하나를 넘어간 것이었다는 사실이 먹먹하긴 하지만 생각한 만큼 거대하고 엄청난 일은 아니였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