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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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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이라는 건 매우 단단하고 결속력 있는 벽이지요.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쉽게 넘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 화자는 심정이 그 정도로 무너지지 않게 견고하거나 결속력 있는 연대감을 갖지 못하여 부끄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풀 이라는 것은 질긴 생명력과 끈질김을 상징한다고 보았을 때,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의미 역시 일맥상통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생명력이 떨어지고 연약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고요.
그 이유는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라고 합니다.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돌담을 훌쩍 넘어서 가야겠지요.
그렇지만 화자는 돌담을 훌쩍 넘어서지 못하고 빙 둘러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다는 건 담 저쪽에 있는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요.
그냥 제 해석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