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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16: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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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쪽 손목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새겨진 ‘문재인 시계’를 차고 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인 지난달 17일 청와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오픈하우스’ 때 받은 기념품이다. 원래는 추석 때 고향에 가서 아버지께 드리려고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집에 고이 모셔 놓고 있던 시계를 찬 것은 내가 청와대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시계를 인터넷에 판 기자라는 소문 때문이다. 6일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출장을 오면서 시계를 차고 왔다. 매일 얼굴 보는 동료 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내가 시계를 팔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5일 저녁때는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카톡 방에 내가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는 사진도 찍어 올렸다. 내가 시계를 팔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샷’이었다.
나는 그 시계를 팔기 위해서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다. 이 시계가 거래됐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 번도 거래를 해 본 적이 없다. 와이프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트에서 사기 거래로 피해를 본 사례를 많이 들어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내가 문재인 시계를 판 기자로 지목됐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누군가가 내가 그 시계를 판 청와대 출입기자로 지목하자 그 말은 사실로 굳어졌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나는 졸지에 ‘기레기’, ‘시레기(시계팔이+기레기)’가 되었다.
내가 쓴 기사에는 시계를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고 묻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악플이다. 악플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악플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연예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일일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6일 새벽에 출장길에 나서느라 시간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사실이냐고 묻는 지인들도 있지만 사실 여부를 궁금해 하면서도 당연히 사실인 줄 알고 묻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명예도 있다. 그래서 출장 기간 중에 이 글을 쓴다. 오늘 밤 귀국하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출처] 문재인 시계 판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가 페북에 올린 글.jpg (레몬테라스 [인테리어,리폼,DIY,요리,결혼,육아]) |작성자 tie1001
이게 어제 시레기가 페북에 올렸다 지운 글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