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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01: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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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는 유서에요
이국의 땅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칼로 활로 땅을 빼앗고, 곡식을 빼앗고, 생을 빼앗는다
이국의 신도 고려의 신도 다 한통속이다
함께 고려를 떠나왔던
어린 손자의,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나는 작은 방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몇날 며칠을 보냈다
나의 유서는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말이 아니다
신이여 나의 유서는 당신에게 죽음을 달라는 탄원서이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이 생을 끝내려 한다
허나,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