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9
2020-12-23 09:16:43
12
저 마지막말은 누리꾼이 한말이 아닙니다. 소설가 박완서님의 "도둑맞은 가난" 에 나오는 말을 살짝 바꾼것입니다.
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
가난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
거기다 맙소사. 이제부터 부자들 사회에선 가난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나는 돈을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내쫓았다.
나는 그를 쫓아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