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56
2019-09-12 01:14:59
95
형이 살아보니... 살아라. 그게 남는거다.
젊은 시절에 나름 잘 나갔다 생각했고, 앞으로도 문제 없을꺼라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가정을 꾸리고 나만 바라보는 가족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내 인생이 내 생각과 완전히 다르게 휩쓸려가더라.
첫 아이가 태어났는데, 6개월이나 밀린 급여와 퇴직금 마저도 못받고 파산한 회사.
능력을 인정받고 들어간 회사는 두번째 달부터 급여를 재 날짜에 못 주고, 6개월만에 폐업. 그때도 남은 급여와 퇴직금을 받는데 6개월이 걸렸지.
그때 이상한 괴소문으로 누명을 써서 그간 일해온 동종업계 취업도 못하고 알바와 이런 저런 기간직으로 연명하다가, 정말 가족들 먹고살려면 안되겠기에 급하게 붙잡고 들어간 회사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로 급여도 적었고, 알고보니 사장들이 서로 모르게 해쳐먹은 돈이 30억이 넘고, 그 와중에도 빼돌리는 놈들까지 아주 개판...
나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언제부턴가, '왜 내가 가는 회사마다 이런 일이 생기는거지? 씨발 삼성에 가면 삼성도 망할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
쪼들리던 생활이 오래되니깐 빚이 어마어마하게 쌓였더라.
빚 독촉에 시달리던 그 때, 퇴근길에 문득 '내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이 얼마 나올텐데..... 그거면 빚은 갚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액셀을 힘껏 밟고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라서 차를 새우고 엉엉울었던 날도 있었지.
어느날은 아들이 다른 친구들 다 하는걸 왜 자기는 못하냐고 큰 짜증을 냈을때, 야단칠 면목도 없어서 그저 마주앉아서 영문도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적도 있었어.
그런데도 버티고, 이악물고, 남지도 않은 자존심 모두 쥐어짜서 버리고, 신앙에 기대며, 살아갈 방법을 찾고 살려달라고 매달려보니.... 내가 풍족하게 살진 못했어도 잘못 살진 않았구나! 싶음을 느끼게 해준 기적이 생기더라.
지금도 해결된건 아니기에 가끔 긴장되고, 위축되고, 궁색해질때도 있지만, 그때 만큼은 아니야.
아니, 너무 행복해! 앞으로도 이겨나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거든.
그러니 동생.!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동생.
동생은 형보다 더 빨리 경험했으니, 형보다 더 빨리 행복해질 수 있을꺼고, 내 나이만큼 되었을땐 지금은 나보다 더 많이 행복할꺼야.
꼭 만들어가길 믿어.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냉큼 베오베 가지않고...
세상 씨발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