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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09: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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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옆으로 가느다란 흔적을 남기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등으로 쓱, 닦아버리고는 잠에서 깬 김에 물이나 마실려고 주방에 들어가자 민기가 먼저 차가운물을 마시며 머리를 흔들고있었다.
"어? 상면이형"
"...응, 잠에서 깨다가 일어나서 말야"
꿈에서처럼 물보다는 술이 마시고 싶었지만, 숙소에는 원칙적으로 술을 들여놓는것이 금지되어있다.
그런 상면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매라가 냉장고 저 깊숙한곳에서 소주한병이 매라의 그랩에 끌려왔다.
"...너.."
"내가 숨긴건아냐, 저번에 클템형이 이쪽어디에 숨겨두는걸 봤는데 진짜 있네. 뭐...유통기한이 지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먹어도 상관없겠지?"
민기가 흐흐 웃으며 작은컵을 두개 꺼내왔고 둘은 테이블에 앉아서 과자를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한병밖에 없어서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정도면 충분했다.
"...."
"크으...표정이 왜그래? 상면이형"
"...꿈에서 클템형을 봤다"
"....."
"넋두리처럼 말하더라고. 나하고 민성이, 너 롤드컵 우승한번 시켜줘야하는데. 호산이하고 창석이 시즌우승 한번 시켜줘야한다고..."
목소리가 잠겼다.
클템형이 어째서 이런말을 한걸까.
다시는, 돌아올수 없기때문에?
"우리는 이제 끝났다고. 우리시대는 끝나서...다른 프로팀들에게 물려줘야한다고 하더라고"
"......"
"그때로 돌아가고싶다. 너도냐? 민기야? 그냥 프로스트였던, mig였을때가 그립지않아?"
"....별로"
"....뭐?"
민기가 말라버린 상면의 술잔에 술을 다시 부었다.
따르는소리가 잦아들고, 술병을 놓는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다지 그립지않아. 아니, 그립지않다고 하면 거짓말일라나. 건웅도있었고...항상 사람들한테 칭찬받고...우린 그랬었지"
"....."
"하지만말야. 언젠가는 그 모든걸 잃게되있어. 우리는 그게 찾아온거야, 지금을보면 팬들마저 우리에게 등을 보이고있지. 모든사람들이 우리에게 등을보일때ㅡ그때가, 우리가 다시 일어날수있는 시발점이 될꺼야.
그때까지는, 견뎌야해. 추억은 생각할나위도 없이. 과거는 던져버리고, 우리의 이름처럼 적들에게 혹한기같은 겨울을 선사해야하는거지."
".....넌"
"헷, 나도 형같은 생각을 몇번이나 해봤으니까...."
넌.
너무나도, 커다랗게 되어버렸구나...
처음봤을때 그때, 그 매라가 아니네.
근데 난? 변하지않아도, 좋은걸까.
"형은 변하지않아도 괜찮아. 변하는건 나로족해. 변하지않고 꾸준히 우리옆을 견뎌줄사람 한명은 필요하니까"
"...민기야"
"그럼 술 마시다가 다시 잠자. 내일 스크림있잖아?"
그렇게, 매라는 주방에서 슬쩍 사라져버렸다.
잠에서깬건지 호산이와 얘기하는소리가 잠시 새어나오고, 다시 조용해졌다.
상면이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다가, 통쾌한듯이 작지만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민기가 따라준 술을 한잔 마시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창밖에서 자신들의 이름처럼ㅡ하얀 눈이 내리고있었다.
보는것만으로 눈이 시릴정도로, 차가운 눈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