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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13: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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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년에 겪은 이야기 해볼께요.
저는 6사단 본부대 1월군번 대형버스운전병이었고, 부사수라고 있던 5월군번 애는 철원에서 한참 떨어진 문경까지 파견을 가있는 상황...
부사수랑 군 생활 내내 뻘짓하면서 진짜 재밌게 놀았어요. 종교행사 운행나가서 둘이 피씨방 갔다가 오고, 먹을거 사먹고ㅎㅎ
그러다 제가 점점 짬이 먹고 어느덧 말출을 앞두게 되었고...
저희 자대는 버스운전병을 2~3명 정도 운용하기 때문에 11월군번에 부사수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이 친구는 원래 수색대였다가 전출을 온 친구여서 부사수임에도 함께 뻘짓한 시간이 적었죠ㅋㅋ
그래서 말출나가기 직전에 이 친구가 자기도 데꼬가달라고 해서 버스운전병이란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건지 가르쳐줄겸 종교행사를 데리고 나갔어요.
(맨날 5월군번 부사수랑 피씨방갔다오니까 내심 부러웠던 모양)
원래 저로 되있던 운전병을 이 친구 이름으로 바꾸고, 저는 원래대로라면 종교행사참석 혹은 운행보조자로 당직사관한테 보고하고 나가야하지만 말년이었기 때문에 보고없이 그냥 나갔죠.
종교행사자들 다 내려주고 평소라면 그 자리에 주차해놓고 피씨방에 가려면 시내까지 걸어나가야하는데 그게 시간이 한 15분 정도 걸려요.
2시간 남짓한 여유시간 동안, 왕복 30분을 까먹으면 엄청 손해보는 느낌이 들죠. 말년이고 그래서 그냥 버스를 가지고 시내로 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름 구석진 자리에 짱박아놓고... 열심히 겜하다 나왔죠. (이 친구는 무슨 도박을 하던데ㅋㅋㅋㅋㅋㅋ 돈 다 잃음)
버스 시동을 걸고 다시 종교행사자들 태우러 가는데, 이 친구가 그러네요.
부사수: "김로키 병장님, 그거 아십니까?"
김로키: "머"
부사수: "헌병 차 디자인 바뀌었습니다.ㅋㅋ"
김로키: "아 진짜?"
저는 몰랐는데 짙은 남색 바탕에 흰색 헌병 글자만 적혀있던 헌병 차량 디자인이 무슨 경찰차마냥 바뀌었더라구요.
부사수: "저기 뒤에 헌병 차 있는데 함 보십쇼ㅋㅋㅋ"
김로키: ?!!!?!!?
저는 딱 봐도 저희 잡으려고 따라붙은 것 같은데, 이 정신나간 친구는 뒤에 헌병 차가 따라붙었는데도 헌병 차 디자인 바뀌었다고 한번 보라고하고 있고...
근처에 부대가 하나 있어서 글로 들어가는가 잘 봐라 했는데 안들어가고 끝까지 따라오더군요.
저는 계속 불안해하고 이 친구는 자꾸 괜찮다고 하는데... 헌병이 계속 따라오니까 이 친구도 점점 불안해하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종교행사자들 대기장소에 도착했는데 헌병이 와서 운전병 나오라고 하네요. 종교행사자들은 뭐지뭐지 하면서 버스 꾸역꾸역 타고 있고.
일단 같이 나가니 헌병이 꼬치꼬치 캐묻더군요.
헌병: 니들 놀러갔다왔지?
김로키: 네
헌병: 확실해?
김로키: 네 제가 부사수 끌고나왔으니 저만 처벌하면 됩니다.
요약하자면 이렇고, 저는 시원하게 인정했어요ㅋㅋㅋㅋ 중사였던 헌병 간부가 역시 말년은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서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말출을 나갔고ㅋㅋㅋㅋㅋㅋㅋ 2번 나누어 나갔는데, 첫 번째 말출 복귀할 때쯤
페북에서 부대원들이 남은 말출 짤린거 축하한다고ㅋㅋㅋㅋㅋㅋ 젠장
그리고 복귀하고 원래 2번째 말출이 그 다음날 출발이었는데,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주말이어서 간부도 없고.
그냥 말출 또 나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귀하고 전역날... 알 동기가 저 포함 3명(PX병, 참모장 당번병)이었는데
우리 군번이 하도 뻘짓을 많이해서ㅋㅋㅋㅋㅋ PX병은 허구한날 PX 술 빼서 생활관에서 먹고(안걸렸는데 눈치 챈듯)ㅋㅋㅋㅋㅋㅋㅋ
참모장 당번병은 전역식 하기전 참모장한테 인사하러갔다가 머리 길다고 걸리고ㅋㅋㅋㅋㅋㅋㅋㅋ
본부대장님이 이 썩을놈의 골칫덩어리들 이제야 가네 하시면서 보내주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
(부사수는 결국 징계받았다는 건 함정ㄷㄷ 말출 때 소식 접했는데 미안하다고 하니까 자기가 먼저 데꼬가달라한거라고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이거 말고도 엄청 많은데 글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 못쓰겠네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