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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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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자취할때 동네에 이름없는 치킨집이 있었어요.
프렌차이즈만 시켜먹다가 한 날은 무슨 바람이불어서 였는지
그집에다 주문을 해봤지요.
배달온 사장님을 뵈니 저희 아버지 연배쯤 되보이셨어요.
투박한 외모에 무뚝뚝한 표정의 모습.
장사가 잘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많이 힘들고
지치신 것 같은 얼굴이셨어요.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날부터 그곳에서만 치킨을 주문했고
아저씨는 매번 같은 표정으로 배달을 오셨어요.
치킨 킬러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시켜먹었었죠.
여기 치킨은 이렇다 할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어요.
주인 아저씨 만큼이나 투박했고 적당하게 튀겨진 기름옷이
적당한 맛과 식감을 내고 있었어요. 한가지 특출난 점이 있다면
양이 참 언제나 푸짐했다는 것.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을까, 추석연휴가 다가오던 어느날
어김없이 이 치킨집에 배달을 시켰어요.
명절이 다가오니 괜스레 덕담한마디 전해드리고 싶었죠.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배달오신 아저씨께 인사만 해오다
처음으로 말을 건내 봤어요.
"배달하느라 힘드시죠, 치킨이 양도많고 참 맛있어요"
"저는 여기만 시켜먹거든요, 매번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아저씨께서 처음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집은 특히 양을 좀 더 넣어 주신다면서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셨어요.
알고보니 댁에 아드님도 타지서 자취생활 하는데
딱 아들만한 청년이라 왠지 챙겨주게 된다고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저도 아버지 생각나서 그곳을 고집했던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환한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아직도 장사 하고 계실런지...
본문보니 갑자기 생각나 끄적여 봤습니다. 길어서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