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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6 0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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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잠든 시각, 우리는 다시 아까의 개구멍 앞에서 만났다.
밤이라서 무척 어두웠지만 당시 마을에 몇개 없던 랜턴을 가지고 있던 B가 집에서 랜턴을 가져와서 하치를 찾는데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두운 밤 아직 초등학생인 여자애 3명이서 무섭지도 않았다는게 안믿긴다.
"이제 들어가서 하치를 찾아보자"
"으응..근데 우리 정말 안들키는 거겠지..??"
"걱정하지마! 조용히하고 찾아보면 되니까."
또 어머니에게 맞을까봐 겁먹은 A를 달래며 우리는 철망을 넘기 시작했다.
하치가 들어간것으로 예상되는 구멍은 너무 작아서 우리가 들어갈수 없었다.
철컹.철망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지만 바람이 불어도 저런 소리가 가끔나기에 마을 사람들이 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치야.. 어디있니.."
"하치야!!하치야!!"
"쉿! 소리가 너무 커!"
우리키보다 더 큰 옥수수와 잡초를 해치며 나아가자 옷이 스치며 섬칫한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서로의 손을 잡은채로 하치를 찾기 시작했다.
"하치야..어디있니.."
조금 깊숙히 들어갔다고 느꼈을때쯤 우리는 하치의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끼잉..끼잉..."
하치다! 우리가 낮에 들은 소리는 철망이 흔들리는 소리가아닌 틀림없는 하치의 소리였다!
"하치야!! 어디있어!!!"
우리는 낑낑 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전진했고 얼마가지 않아 하치를 발견했다.
하치는 코를박고 앞발로 땅을 파고 있었다.
"하치야!!"
A는 울먹이며 우리 손을 놓고 달려가 하치를 끌어 안았다. 나도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그런데 하치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을까??"
뒤에있던 B에게 의문을 표했지만 B의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아....아..."
"응?? 왜그래??"
뒤를 돌아보자 B는 A와 하치쪽, 정확하게는 그 너머에서 시선을 떼지못하고 달달 떨고 있었다. 랜턴을든 손도 떨리고 있어서 불빛이 흔들렸다.
"왜그래 B야 ㅇㅇ??"
내가 물어보자 B는 왼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고 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리고 그곳에있었다. 새하얀손. 땅에서 솓아나온 핏기하나 없는 손...
나도 순간 B처럼 얼어버렸다. 우리가 말이없어지자 이상했는지 A도 우리를 주목했고 그 세명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때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갔다.
그 이후에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급하게 철망을 넘느라 B가 다치고 나고 무릎이 까진거 빼곤.
고요하던 시골밤에 여자아이들의 비명이 울려퍼지자 마을사람들이 동시에 깬것은 당연지사 였다.
마을사람 모두가 횃불과 랜턴을 들고 옥수수밭으로 모였고, 다친 나와 B를 본 부모님들은
놀란가슴을 진정시키자 우리를 혼내기 시작했다.
A능 하치를 안고 떨고 있었지만 A의 어머니는 A를 쳐다보지도 않고 옥수수밭 안쪽을 서늘한시선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우리가 본것을 말하자 마을 어른들은 철망을 강제로 뜯어내고 안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음날 A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았지만 약속이나 한듯 입을 꾹 다물었다. A는 후로 학교에 오지않았고, 내가 어른이 되어서 이후의 일을 어머니에게 직접 듣기 전까지는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밭에서 발견된 손의 주인은 집을 나간줄 알았던 A의 아버지였고 하치는 그 시체가 묻힌 장소를 몇일에 걸쳐서 파내고 있던 것이었다.
A의 어머니는 경찰들이 데려갔고, A는 마을사람들이 직접 연락이 닿은 친척의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아직도 가끔 B를 만나 추억거리를 이야기하지만 A의 관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A는 그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름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지만 그애가 그 이상 불행하지 않게 살았으면 하고 가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