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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7 02: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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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중 어느 때나 깨어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지금도 어느 하늘 아래에는 꽃다운 청춘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음식도 아닌 거 조금씩 먹어가면서 반잠들어 있을 것이고 어느 청춘의 불꽃은 산비탈 어느 곳에서 산짐승이 되어 뛰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 참 많이 합니다.
산짐승이 그렇듯이 공작원은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눈을 절반 뜨고 자는 반잠이고 그것도 깊은 잠들까봐 1시간정도씩 교대로 자야 하고, 토끼의 귀를 하고 사방의 소리를 감지하면서 수시로 손톱으로 귀를 꼬집어 깨어놔야 하고 각자 서로를 잠 못들게 고문을 해야 합니다.
비 온 날은 작업모자 하나로 하늘을 받치고 덜덜 떨면서 그렇게 반잠을 자고 간혹 생각나는 것이 언제나 두 다리 길게 하고 엄마 다리 베고 늘어지게 자볼까나...
이런 저런 생각이 산중생활의 생각들입니다.
-북파공작원의 수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