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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8 16: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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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ba★님의 꼬릿말입니다
요즘 갑자기 육아가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그 날도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던 중 동생에게 붙잡혀 조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에는 그날따라 아이들이 없었고 난 쾌재를 불렀다.
같이 노는 아이들이 없으면 조카가 금방 집에 돌아가자고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카를 너무 얕보고 있었다.
혼자 미끄럼틀을 타기 시작한 조카는 지치질 않았다.
삼십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조카는 쌩쌩한 채로 미끄럼틀을 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결국 참다참다못한 내가 먼저 조카에게 다가갔다.
나는 이제 그만 가자고 얘기했지만 조카는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카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가자고 보챘다.
처음엔 그냥 무시하던 조카가 마침내 자리에 멈춰섰다.
나는 신이나서 조카에게 물었다.
"이제 갈거야? 집에 갈까? 갈꺼지? 힘들지?"
조카는 근엄하게 말했다.
"삼촌. 나 지금 좀 바쁘거든. 이따가 얘기해. 잠깐 저기 앉아있어."
조카는 벤치를 가리키며 타이르듯 얘기하고는 다시 미끄럼틀에 오르기 시작했다.
참고로 우리 조카는 이제 네 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