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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 16: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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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서 회사를 향해 어둑한 출근길은 당연스럽게 언제나처럼 앉을 자리는 없었다.
두걸음 옆에 자리가 나도 그 두걸음이 귀찮아 손잡이를 잡고 기둥처럼 서있었다.
몇년째 마주하고 함께해왔던 회사의 동료들의 목소리에 하품소리조차 들어주기 불편해 어디 멀리선가 들려오는 차소리에 집중했다.
새벽이 지나가는 만큼 차소리가 많아진 시간이 올때쯤 되자 자판기 커피를 마시자는 직장동료의 입에서 달큰한 피로함이 풍겨왔다.
내 입에서도 같은 냄새가 나겠지. 입을 열어 그 향을 느끼고 싶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번지는 분주함에 눈길이 갔다.
분침이 한바퀴는 더 일주해야 퇴근시간이지만 비행기시간을 놓칠까 분주히 짐을 싸는 사람마냥 짐을 싸고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하는 김주임.
퇴근전에 하던일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산업의 역군 박주임.
나는? 나는 관성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저 시계의 초침 분침 시침처럼 일정한 패턴으로 그냥 움직이고 있었다.
내 스스로가 시계처럼 그자리에 서서 의식하지 않으면 움직임을 알 수 없는 존재같았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스스로 자각하자 내 사지가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 그냥 섰다.
밤을 지나 아침해가 뜨기까지의 모든시간,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언제나와 같았다.
일상이기에 늘 같은 날이었지만 이상하게 힘든 날이었다.
하지만 이 일상의 이상함이 나를 불쾌하게 했다.
퇴근시간이 오고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의 인사를 눈길로 받고 집으로 출발했다.
그래 내 새끼 내 마누라가 있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면 아침햇살보다 눈부신 내 가족의 미소가 나를 맞이해줄거야.
의자에 걸쳐놓았던 겉옷을 들어 간밤에 느꼈던 일상의 어색함과 함께 털어냈다.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저께 와이프가 장봐둔것 같던데 뭘샀더라. 어제 뭐 해줄거라고 말했던것 같던데 내가 제대로 안들었던것 같네. 미안하네.
애기 이유식이나 한잔 제대로 말아줘볼까. 맛없으려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집안은 내 햇살보다 밝은 내 가족은 한밤중이었다.
야!!!!!!!!!!!!!!!!!!!...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