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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1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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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는 역사교육의 목표를 “여러 맥락에서 자신과 다른 나라들의 문화적 유산에 접근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능력, 정보와 교육에 접근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현실과 다른 이들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라고 정리했다. 특별조사관은 “이 보고서에 제시된 결론과 권유사항은 ‘역사는 언제나 다양한 해석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 기반한 것”이며 “역사교육이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바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학생과 달리 초·중·고 학생들한테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초중등 역사교육에서도 “정부가 커리큘럼에 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초중등 교육의 경우 정부가 적절한 커리큘럼과 최소한의 교육적 기준을 보장하는 중요한 책임을 지닌다”면서도 “정부는 위임받은 전문기구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역사교육 커리큘럼을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그들의 결론과 권고안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처럼 역사교육에서 정치사 비중을 높이는 것도 역시 유엔이 우려하는 사항이다. 보고서는 “정치사 중심 교육은 정치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가르치는 셈이며, 더욱이 정치사 그 자체도 전쟁과 갈등, 정복과 혁명의 역사로 축소하기 쉽다”며 “이는 학생들에게 평화와 안정의 시기가 중요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전쟁을 미화하고 군사 지향의 교육을 장려할 여지를 준다”고 비판했다. 정치사의 대안으로 과학사, 공학기술의 역사, 미술사 등 ‘다른 종류의 역사’와 다양한 분야의 발달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가르치라고 권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고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배경엔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는 “(역사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편협한 민족주의적, 인종적 또는 미시적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초국가적 관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국심 고취, 국가적 자부심 강화, 국가적 또는 지역적 정체성 만들기와 같은 정치적 어젠다를 역사교육에 부여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학문적 분야로서 역사학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이런 모습들에 의문을 제기할 때”라고 지적했다.